어사 박문수(御史 朴文秀. 1691~1756)는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高靈, 자는 成甫, 호는 기은(耆隱)이다. 1723년 증광문과에 급제하여 사관(史官)이 되었다. 이인좌의 난 때 전공을 세웠으며, 함경도 진휼사(賑恤使)로 경상도 기민(飢民)을 구제하여 송덕비가 세워졌으며, 병조, 호조판서, 우참찬 등을 지냈다. 군정과 세정에 밝았으며, 저서로는 탁지정례(度支定例 : 호조(戶曹)의 재정지출을 규정한 책), 국혼정례(國婚定例) 등이 있다.
여기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그가 과거시험을 치러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도중 주막에서 잠을 자다 꿈을 꾸게 되었는데 꿈속에 초립둥이가 나타나 이미 끝난 과거시험 제목과 장원 시를 알려주었는데 마지막 구절만 모르겠다며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박문수가 한양에 당도하여 科場에 들어 가니 과연 낙조(落照)라는 시제가 걸리었다. 이에 마음을 가다듬어, 일필휘지 하여 끝 구절(短髮樵童弄笛還)을 채워 넣으니 장원으로 급제하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 장원급제 시를 黑紙에 金泥로 自書해 보았다.
낙조(落照 : 해질 무렵) - 박문수
落照吐紅掛碧山(낙조토홍괘벽산) 저녁노을 붉은빛을 토하며 푸른 산을 감돌고
寒鴉尺盡白雲間(한아척진백운간) 까마귀 잣대질하듯 구름 속을 날아가네
問津行客鞭應急(문진행객편응급) 나루터를 묻는 나그네 말채찍은 급해지고
尋寺歸僧杖不閑(심사귀승장부한) 절을 찾아 돌아오는 중의 지팡이는 한가롭지 못하네
放牧園中牛帶影(방목원중우대영) 목장 들판에는 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望夫臺上妾低鬟(망부대상첩저환) 남편 기다리는 아내 쪽머리 숙여지네
蒼然古木溪南里(창연고목계남리) 저녁 연기 고목에 서린 계남리 마을에
短髮樵童弄笛還(단발초동농적환) 단발한 초동이 피리를 불며 돌아오누나
'삶의 향기 > 차한잔의 여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재 한거(吉再 閑居) (0) | 2015.02.24 |
---|---|
남구만 번방곡(南九萬 飜方曲) (0) | 2015.02.24 |
조현명 제석감음(趙顯命 除夕感吟) (0) | 2015.02.23 |
오경화 대주유감(吳擎華 對酒有感) (0) | 2015.02.17 |
동곡일타(東谷日陀)스님 게송(偈頌) (0) | 201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