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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남구만 번방곡(南九萬 飜方曲)

남구만(南九萬. 1629~1711)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 의령(宜寧). 자 운로(雲路). 호 약천(藥泉) ·미재(美齋). 시호 문충(文忠). 1651년(효종 2) 사마시(司馬試)를 거처, 1656년 별시문과(別試文科)에 을과로 급제하였다. 

서인(西人)으로서 남인(南人)을 탄핵하는데 앞장섰으며,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까지 지냈다. 문집에 약천집(藥泉集)이 있다.

여기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는 그가  말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전원생활의 풍류를 즐기며 쓴 작품이다.

주제는 농가의 부지런한 생활로 밝아오는 아침과 하늘 높이 날며 지저귀는 종달새를 통해 보이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농촌의 아침 정경을 여유 있게 표현해 운치와 멋을 살린 대표적인 권농가(勸農歌) 중의 하나로서,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가르침과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이 작품 전반에 잘 나타나 있다.

그가 시조를 짓고 직접 한역한 시를 자서해 보았다.

 

번방곡(飜方曲)

 

東方明否鸕鴣已鳴(동방명부노구이명) 동방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飯牛兒胡爲眠在房(반우아호위면재방) 소치는 아이는 어찌 방에서 잠만 자는가

山外有田壟畆闊(산외유전농묘활) 산밖에 있는 밭의 이랑은 넓디넓은데

今猶不起何時耕(금유불기하시경) 아직도 일어나지 않으니  넓은 밭 언제나 갈고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