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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맹호연 과고인장(孟浩然 過故人莊)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여 옷깃을 여미게 된다. 이러다가 갑자기 흰 눈이 들판에 흩날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가오는 25일은 중양절(重陽節)이다. 중양절은 중국에서 유래한 명절로 음력 9월 9일을 가리키며, 날짜와 달의 숫자가 같은 중일(重日) 명절(名節)의 하나로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 같이 홀수 곧 양수(陽數)가 겹치는 날에만 해당하므로 이날들이 모두 중양(重陽)이지만 특히 9월 9일을 가리켜 중양이라고 하며 중구(重九)라고도 한다.

 

중국 당송(唐宋) 대에는 秋夕보다 더 큰 명절로 지냈다. 우리나라도 이날을 예로부터 큰 명절로 여겨 국화를 감상하는 상국(賞菊), 장수(長壽)에 좋다는 국화주를 마시거나 혹은 술잔에 국화를 띄우는 범국(泛菊) 또는 황화범주(黃花泛酒)가 행해졌으며, 시를 짓고 술을 나누는 시주(詩酒)의 행사를 하며 重한 명절로 많은 문인들이 중양절 관련 시를 남기기도 하였다. 앞서 소개한 정철(鄭澈)의 詩 함흥시월간국화(咸興十月看菊花)에서도 객지에서 중양절에 은근한 향기를 뿜어내는 국화를 바라보며 시름을 달래기도 하였다.

 

점점 잊혀져 가는 중양절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시골정취가 깊이 묻어나는 맹호연(孟浩然)의 오언율시(五言律詩) 과고인장(過故人莊)을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過故人莊(과고인장 : 친구의 시골집에 들르다)

故人具雞黍(고인구계서) 친구가 닭 잡고 기장밥 지어

邀我至田家(요아지전가) 시골집으로 나를 초대했네

綠樹村邊合(녹수촌변합) 푸르른 나무들 마을을 감싸고

青山郭外斜(청산곽외사) 성곽 너머엔 비스듬히 청산이 드리웠네

開軒面場圃(개헌면장포) 창문 열어 *채마밭 바라보며

把酒話桑麻(파주화상마) 술잔 기울이며 농사일 이야기하네

待到重陽日(대도중양일) 중양절 오기를 기다려

還來就菊花(환래취국화) 다시 와 국화꽃 감상하리라

 

*채마(菜麻) : 먹을거리나 입을 거리로 심어서 가꾸는 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