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韓龍雲) 시 설야는 영어(囹圄)의 몸으로 만해(卍海)가 그토록 갈망한 독립에 대한 희망을 은유적(隱喩的)으로 표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결함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시 雪夜를 해설과 함께 자서해 보았다.
雪夜(설야 : 눈 내리는 밤)
四山圍獄雪如海(사산위옥설여해) 사방에 산이 감옥을 둘러싸 눈 바다 같은데
衾寒如鐵夢如灰(금한여철몽여회) 이불은 무쇠처럼 차갑고 꿈은 한낱 재와 같도다
鐵窓猶有鎖不得(철창유유쇄부득) 철창으로도 오히려 가둬두지 못하는 것 있으니
夜聞鐘聲何處來(야문종성하처래) 한밤에 들리는 종소리 어디에서 오는가.
뼛속까지 차가운 감옥의 겨울이라고 한다. 그 겨울은 차갑고 어둡기만 했었다는 필설(筆舌)을 토해낸 어느 시인의 글을 희미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지 않을 만큼의 온도만 유지하는 모진 추위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거침없이 무쇠처럼 차가운 이불속에서 꾸는 꿈을 잿빛이라고 표현했다. 시적인 표현의 진수에 글줄이라도 쓴다는 사람도 은유적 비유법 묘미에 고개를 끄덕이지 아니할 수 없으리.
위 시제는 눈 오는 밤이다. 동짓달 기나 긴 밤에 눈이 소복이 내렸던 모양이다. 감옥은 춥고, 인기척도 없어서 스산하기 그지없는 초라한 밤이었다.
잠을 청하려고 해도 잠은 오지 않고 인생의 회한이 스쳤을 것이다. 출옥해도 또 잡혀서 감옥에 들어올지라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언가를 더 하리라 했으리, 조국 독립을 위해 무언가는 꼭 더 하리라. 백성들이 읽을 수 있는 읽을거리를 반드시 써내리라는 다짐도 했을 것이다.
사방 산은 감옥 한 바퀴 두르고, 밤새워 내린 눈은 큰 바다를 이루었는데, 무쇠처럼 차가운 이불 속에서 꾼 꿈은 한갓 한 줌 잿빛처럼 지나가는 한 바탕의 소용돌이였음을 회한하고 있다. 멋진 시상을 일구어 냈다. 감옥의 벽을 사방 산으로, 밤새 내린 눈이 바다를 이루었다고 표현하면서, 찬 이불을 무쇠라고 했고 선잠으로 꾸었던 꿈은 잿빛처럼 스쳐 지났다고 표현했다.
화자는 잠긴 철창에 대해 자물쇠를 풀 기미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잠겨 열리지 않고 있는데 ‘깊은 밤 쇠북종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가’ 라며 기다리는 심정을 노정(露呈)했다. 화자(話者)는 갖가지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차가운 밤을 지새우면서 보내는 가운데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조국광복)에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국불교신문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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