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며 삶의 공백을 채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백의 미가 존재하듯이 때로는 살짝 모자란 듯, 손해보든 듯, 아쉬운 듯 하며 살아가는게 인생이다. 여백을 향기로 채운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의미를 가져다 준다. 고요한 빈방에 등을 켜고 은은한 향을 피워 공간을 채우고 앉아 있노라면 침묵정진(沈默精進)요소가 생겨날 것이다.
만해 선생께서 망국의 설움속에서도 자연의 순환에 순응하듯 한매만화 일추반락(寒梅滿花 一秋半落)속에 멀지않아 매화향기 만발한 독립의 순간을 갈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심정으로 관락매유감의 시를 읊었으리라.
깨친자로서의 현실을 선시로 절묘하게 풀어낸 만해의 진면목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를 자서와 함께 그 의미를 느껴 보고자 한다.
觀落梅有感(관락매유감 : 지는 매화를 바라보며)
宇宙百年大活計(우주백년대활개) 우주의 크나큰 조화로 하여금
寒梅依舊滿禪家(한매의구만선가) 찬겨울 매화는 예와 같이 선원(禪院)에 가득 피었네
回頭欲問三生事(회두욕문삼생사) 머리 돌려 삼생(三生)의 일 물어보려니
一秋維摩半落花(일추유마반락화) 한 가을 유마(維摩)집엔 반 떨어진 꽃잎 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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