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선시(禪詩)를 접하다 보면 심미안(審美眼)적 요소에 빠지곤 한다. 심미안은 뭔가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안목을 말하는데 선시 중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백미(白眉)로 손꼽히는 선시가 있다. 중국 남송 때 묵조선(默照禪) 계통 선승(禪僧)인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1228) 선사가 지은 반야송(般若頌)이다.
고찰에 가면 바람 불면 뎅그렁, 뎅그렁 청아(淸雅)한 소리를 내는 처마 끝에 풍경(風磬) 소리를 듣게 된다. 바람과 더불어 반야를 노래하는 풍경소리는 소동파(蘇東坡)의 오도송(悟道頌) 중 계성변시광장설(溪聲便是廣長設 : 개울 물소리는 장광설이요..)과 나옹선사(懶翁禪師) 선시 산거(山居) 중 간수냉냉담반야(磵水冷冷談般若 : 산골짜기 차가운 물은 반야를 노래하며 흐르고..)와 함께 깨달은 자 만이 읊을 수 있는 경계를 살펴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으리라.
높은 하늘 청명한 날에 천동여정의 선시 반야송을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般若頌(반야송)
通身是口掛虛空(통신시구괘허공) 온몸은 입이 되어 허공에 걸렸는가
不管東西南北風(불관동서남북풍) 동서남북 바람을 가리지 않고
一等與渠談般若(일등여거담반야) 바람과 더불어 한결같이 반야를 노래하네
滴丁東了滴丁東(적정동료적정동) 뎅그렁 뎅, 뎅그렁 뎅.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 ~ 1228) 선사는 송나라 때의 조동종(曹洞宗) 승려로 명주(明州 : 지금의 닝보(寧波)로 중국 저장성(浙江省) 동쪽 융장강(甬江江) 하류에 있는 도시) 위강(葦江, 浙江) 은현(鄞縣) 에서 태어났으며, 속성(俗姓)은 유(兪)씨다. 족암지감(足菴智鑑)의 법사(法嗣)다. 화장(華藏) 표충사(褒忠寺)와 건강(建康) 청량사(淸涼寺), 명주(明州) 서암사(瑞巖寺) 등의 주지를 역임하고, 나중에 황명(皇命)을 받들어 천동산(天童山) 경덕사(景德寺) 주지에 올랐다. 일본의 승려 *도원(道元)이 바다를 건너 송나라에 들어온 뒤 스님에게 배워 그 법을 이었다. 이종(理宗) 소정(紹定) 원년 7월 입적했고, 세수(世壽) 66세다. 사법자(嗣法者)로 도원(道元) 외에 녹문각(鹿門覺)과 설암종근(雪菴從瑾), 석림수(石林秀), 오섬영(孤蟾瑩) 등이 있다.
*도원(道元どうげん(도겐). 1200 ~ 1253)은 일본 가마쿠라 시대(鎌倉 時代 : 가마쿠라 막부가 다스린 시대) 초기의 선종 승려이다. 조동종(曹洞宗 : 중국의 조동종과 일본의 조동종이 있다. 중국 불교에서 조동종은 임제종(臨濟宗) · 위앙종((潙仰宗) · 운문종(雲門宗) · 법안종(法眼宗)과 더불어 선종 5가(禪宗五家)의 하나이다. 선종오가 중 가장 먼저 성립했으며, 가장 융성한 임제종에 이어 양대 종파이다. 소림사(小林寺)가 중심사찰이며, 일본 불교에서 조동종은 보화종(寶華宗) · 일본달마종(日本達磨宗) · 임제종(臨濟宗) · 황벽종(黃檗宗)과 더불어 선종 계통의 종파의 하나로서, 2012년 기준으로도 일본 최대 종파이다.)을 중국에서 배우고 계승하여 일본에 돌아와 전파하였다. 노년에 접어들어 기겐(希玄きげん)이라는 휘(諱)를 사용하였다. 조동종 승려들 사이에서는 고조(高祖) 라는 존칭으로 불렸다. 시호는 불성전등국사(佛性傳燈國師), 조요대사(承陽大師)이다. 일반적으로 도겐 선사라고 불린다.
(텃밭풍경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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