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이틀 앞둔 선선한 날씨지만 주변 경관이 만추가경으로 출근길 눈을 즐겁게 한다.
지구 환경변화로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 겨울이 길어지는 현상은 누구나 반기는 바 아니나 직접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가 인간에 의하여 점점 균형을 잃고 빠르게 병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현 시대인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먼 훗날 다른 개체에 의하여 지구가 재 탄생하여 그들은 현재 지구인을 정의한다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한 유일한 동물"이라고 명 할 것임에 틀림없다.
곧 비 소식과 함께 한파가 몰아치면 어느덧 기나긴 겨울로 접어들 것이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은 다시 순환의 과정을 통하여 뿌리로 돌아가 다음 해 새싹을 틔울 자양분이 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치를 밟아 갈 것이다. 이를 엽낙귀근(葉落歸根)이라 하는데 하물며 우리 현대인들도 후손들을 위한 자양(滋養)의 역할을 해야 할 사명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의 촌거(村居)이다. 고려말 공양왕 때 문신으로 그의 행장에 대하여는 앞서 제승사(題僧舍)에서 자세하게 소개하였기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도은 선생의 파란만장한 삶 속에 그가 갈망했던 요소들이 시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음미할수록 많은 여운과 함께 서정 속으로 끌어들인다. 요즘 계절에 딱 어울리는 도은선생의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村居(촌거 : 시골에서의 삶)
赤葉明村逕(적엽명촌경) 단풍잎이 마을길을 밝혀 주고
淸泉漱石根(청천수석근) 맑은 샘물은 돌부리를 씻어 주네
地偏車馬少(지편거마소) 산간벽지라 오가는 사람 적고
山氣自黃昏(산기자황혼) 산 기운만 저절로 황혼이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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