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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지주(陶淵明 止酒)

앞서 소개한 도연명의 음주 20수는 그가 50세 초반에 지은 시로 도연명의 너무나도 유명한 대표적인 시이다. 쉽고 담담한 표현이면서 그의 정신세계를 알 수 있는 문장으로 특이한 꾸밈없이 담담하게 자연의 정경과 자신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도연명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시로 전원의 일상을 담담하게 표현한 이 시는 도연명의 전원시 중에서도 그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시로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이다.

 

그렇게 술을 좋아했던 도연명이 지주(止酒)를 지을 때 나이가 38세였다. 처음 여섯 구절은 단순한 삶과 자연의 기쁨을 묘사했으며, 다음 여섯 문장은 술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마지막 문장은 술을 끊는 것이 생애에 더욱 유익하기에 술을 끊으려는 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지주(止酒) 시에 ‘지(止)’ 자(字)가 20번 나오는데 이는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것은 시인의 의도된 안배로서, 그가 술을 마시는 까닭이 바로 암담한 현실과 개인적인 번민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인데, 현실은 암담함을 벗어날 가망이 없으므로 자신도 술을 끊을 가망이 없다는 식의 보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를 짓게 된 계기는 애주가인 그를 가족 또는 친척들이 강력하게 금주를 조언한 결과로 그도 술을 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이 시를 썼다고 볼 수 있다.

 

내 주변을 살펴보면 50세 전후에 술을 많이 마시며 이후 나이가 들면서 점차 그 양이 줄어든다. 왕성한 경제활동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50세를 넘으면서 체력적으로 무리가 오며 건강상 이유로 술 양이 줄어들거나 금주를 실행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본인 또한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로서 술 생각이 간절할 때 “나하고 내가 싸워 나를 이기자”를 되뇌며 빨리 저녁을 먹게 되면 술 생각이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지나친 음주에 대한 경계는 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이 없다.

중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시인 도연명의 지주(止酒)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지주(止酒 : 술을 끊으며…)

居止次城邑(거지차성읍) 살고 있는 곳은 성(城) 마을 가깝지만

逍遙自閒止(소요자한지) 자유롭게 거닐며 스스로 한가롭다.

坐止高蔭下(좌지고음하) 앉아 쉬는 곳은 큰 나무 그늘 아래

步止蓽門里(보지필문리) 거닐어야 사립문 마을을 벗어날 수 없고

好味止園葵 (호미지원규) 맛있는 음식은 채마밭 아욱

大懽止稚子(대환지치자) 가장 큰 기쁨은 어린 자식

平生不止酒(평생불지주) 평생토록 술을 끊지 않으니

止酒情無喜(지주정무희) 술 끊으면 기쁨 없어

暮止不安寢(모지불안침) 저녁에 술 마시지 않으면 편히 잘 수 없고

晨止不能起(신지불능기) 아침에 술 마시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네.

日日欲止之(일일욕지지) 매일같이 술을 끊고자 하나

營衛止不理(영위지불리) 기혈 작용이 멈추어 순조롭지 못하네.

徒知止不樂(도지지불락) 술 끊으면 즐겁지 않다는 것만 알뿐

未知止利己(미지지이기) 술 끊는 것이 내 몸에 이롭다는 것은 몰랐네.

始覺止爲善(시각지위선) 이제야 술 끊는 게 좋다는 걸 깨닫고

今朝眞止矣(금조진지의) 오늘 아침에는 정말로 끊어버렸네.

從此一止去(종차일지거) 이제부터 줄곧 끊어나가면

將止扶桑涘(장지부상사) 장차 해 뜨는 동편 물가에 머물게 되리라.

淸顔止宿容(청안지숙용) 맑고 변치 않는 생생한 모습으로

奚止千萬祀(해지천만사) 어찌 천년만년만 그치고 말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