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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나업 시 상춘, 탄유수(羅鄴 詩 賞春, 嘆流水)

나업(羅鄴. 825?~900?)은 당인(唐人)으로 위항(余杭:항저우의 지역명)에서 태어났다. 당(唐) 제18대 황제 희종(僖宗) 시대 전후의 인물로 재지(才智)가 뛰어났으며, 부(父)는 염철사(鹽鐵使 : 옛날 소금과 철에 관한 세금을 맡아보던 벼슬 이름)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만당(晩唐)의 사회 현실과 개인의 이력 사이에서 갈등했던 그는 영물시(詠物詩 : 자연과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사물을 대상으로 하여 정확하고 세밀하게 묘사한 시 가운데 하나)를 통해 당시의 처지를 표출하고자 했다.

당재자전(唐才子傳 : 당나라의 시()와 문학을 반짝이게 하는 천재와 기인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권(卷) 8, 당시기사(唐詩紀事) 권(卷) 69 등의 기록에 나온 것처럼 나은(羅隱), 나규(羅虬)와 함께 삼나(三羅)로 함께 불리었을 뿐 아니라, 방헌(方幹), 가도(賈島)와도 함께 거론되며 시호(詩虎)로도 불리어졌을 정도로 개성을 지닌 시인이다. 

시호(詩虎)라는 호칭이 그의 모란시(牡丹詩)에 대한 평어에서 유래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나업의 영물시에 대한 성취가 남다른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만당(晩唐) 문단에서 한 축을 담당하며 시가의 예술성을 높여 문학적 성취를 이룬 그의 시 두 수를 자서해 보았다.

 

상춘(賞春 : 봄 구경)

芳草和煙暖更青(방초화연난갱청) 향기로운 풀꽃이 훈풍을 맞아 푸르름을 더하고

閑門要路一時生(한문요로일시생) 한가한 집 길목에서 한 시절을 같이 살면서

年年點檢人間事(년년점검인간사) 해마다 인간 세상을 살피더니

惟有春風不世情(유융춘풍불세정) 오직 봄바람만 세상 인정에 따르지 않네

 

탄유수(嘆流水 :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人間莫漫惜花落(인간막만석화락) 사람들아 꽃이 진다고 서러워 마라

花落明年依舊開(화락명년의구개) 꽃 져도 내년이면 다시 피어 난다네

却最堪悲是流水(각최감비시유수) 오히려 가장 슬픈 것은 흘러가는 물

便同人事去無回(편동인사거무회) 우리 인생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는 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