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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김인후 백련초해 47~58(金麟厚 百聯抄解 其四十七. ~ 其五十八.)

인간으로 태어나 오늘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하거니와 행복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 있기까지 생명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진화생물학에서 단순한 유기 화합물과 같은 무생물로부터 생명이 발생하는 자연적 과정일 수 있으나 다수의 과학 가설들은 생명의 기원은 단일 사건이 아니었고, 자기 복제, 자기 조립, 자가 촉매 및 세포막의 출현과 관련된 복잡성이 증가되는 진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무생물(無生物)로부터 생명이 기원했다는 것은 과학계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다.

가장 오래된 생명의 흔적은 약 35억 년 전의 호주 서부 와라우나 층군(層群  : 지구 지층의 층서를 구분하는 단위의 하나)의 남세균(藍細菌  : 명사 생명 핵막으로 싸인 핵이나 다른 세포 소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조류. 세균성 엽록체가 아닌 고등 식물이 가지는 엽록체를 가지고 있어 광합성을 한다.)의 미화석(微化石 : 지구 현미경으로 관찰ㆍ연구되는 아주 작은 화석. 방산충, 유공충, 규조(硅藻), 꽃가루 따위의 화석으로, 지층을 대비하거나 퇴적 환경을 추정하는 데에 쓴다.)으로 젊은 태양이 잦은 폭발로 쏟아낸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화학반응을 촉발해 세포를 형성하는 단백질의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을 만들어내 생명체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지금의 나 라는 존재의 진화적 줄기의 시작을 찾아 여행한다면 참으로 기적적이고 경이롭다. 수많은 동식물 중에 인간으로 태어날 확률은 눈먼 거북이가 심해 무변대해(無邊大海)를 돌아다니다가 몇 백 년 만에 한번 숨쉬기 위해 고개를 내밀 때 마침 바다를 떠다니는 구멍 뚫린 조그마한 나무판자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숨을 쉴 수 있는 확률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소중한 존재이기에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어야 한다. 지나간 과거는 좋은 추억만 간직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신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나 과거의 집착은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고 괴로워하는 것과 같다. 그냥 놓아버리면 될 것을…

 

어느덧 6월 초에 시작한 하서선생의 백련초해 100련(聯) 중 반을 넘었다. 글을 쓰면서도 문구 속에 깊은 뜻을 간과(看過) 없이 깊게 살펴보게 된다. 하서(河西) 선생께서 100련구(聯句)를 추려 남기고자 했던 의미는 후학들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김인후 백련초해 47~50(金麟厚 百聯抄解 其四十七. ~ 其五十.)

紅顔淚濕花含露(홍안누습화함로) 고운 얼굴에 눈물이 지니 꽃이 이슬을 머금은 듯하고

素面愁生月帶雲(소면수생월대운) 흰 얼굴에 수심이 어리니 밝은 달이 구름을 두른 듯하네.

 

風驅江上群飛雁(풍구강상군비안) 바람은 강 위에 나는 기러기 떼를 몰아오고

月送天涯獨去舟(월송천애독거주) 달은 하늘 끝에서 외로운 배를 떠나보내는구나.

 

月鉤蘸水魚驚釣(월구잠수어경조) 초승달이 물에 잠기니 고기가 낚시 바늘인가 놀라고

煙帳橫山鳥畏羅(연장횡산조외라) 연기가 산을 가로질러 장막을 치니 새가 그물인가 두려워하네.

 

池中荷葉魚兒傘(지중하엽어아산) 못 가운데 연 잎은 고기들의 양산이요

梁上蛛絲燕子簾(양상주사연자렴) 대들보 위의 거미줄은 제비들의 주렴이로다.

 

김인후 백련초해 51~54(金麟厚 百聯抄解 其五十一. ~ 其五十四.)

修竹映波魚怯釣(수죽영파어겁조) 긴 대나무가 물결에 드리우니 고기가 낚싯대로 알고 겁내고

垂楊俠道馬驚鞭(수양협도마경편) 긴 버들가지가 길가에 드리우니 말이 채찍으로 알고 놀라네.

 

垂柳一村低酒旆(수류일촌저주패) 버들가지 드리운 한 마을에는 술집 깃발들이 나즉히 있고

平沙兩岸泊魚舟(평사양안박어주) 모래 평평한 양쪽 언덕에는 고깃배가 잠을 자네.

 

珠簾半捲迎山影(주렴반권영산영) 주렴을 반만 걷어 산 그림자를 맞이하고

玉牖初開納月光(옥유초개납월광) 옥창을 처음 열어 달빛을 끌어들이네.

 

十里松陰濃萬地(십리송음농만지) 십리를 이은 소나무 그림자는 땅에 가득히 짙고

千重岳色翠浮天(천중악색취부천) 천 겹 산빛은 맑은 하늘에 파랗게 떠있구나.

 

김인후 백련초해 55~58(金麟厚 百聯抄解 其五十五. ~ 其五十八.)

雨晴海嶠歸雲嫩(우청해교귀운눈) 바다에 비가 개니 산길에 돌아오는 구름이 아름답구나

風亂山溪落葉嬌(풍란산계락엽교) 산에 바람이 어지러우니 시냇가에 떨어지는 잎이 아름답도다.

 

春鳥弄春春不怒(춘조농춘춘불노) 봄새가 봄을 희롱해도 봄은 성내지 않고

曉鷄唱曉曉無言(효계창효효무언) 새벽닭이 새벽을 노래해도 새벽은 말이 없구나.

 

春庭亂舞尋花蝶(춘정난무심화접) 봄 뜰에 어지러이 춤추는 것은 꽃을 찾는 나비

夏院狂歌選柳鶯(하원광가선유앵) 여름 뜰에서 미친 듯 노래하는 것은 버들을 찾는 꾀꼬리로구나.

 

松作洞門迎客盖(송작동문영객개) 소나무로 마을의 문을 만드니 손님을 맞는 양산이요

月爲山室讀書燈(월위산실독서등) 달이 산 위의 집을 비치니 글방의 등이로구나.

 

(주변 시절풍경)

출근길 백화만발 언덕
가을을 떠올리는 홍단풍나무
산딸기
벌개미취
패랭이꽃
밤나무꽃
하얗게 핀 삘기
기생초 개화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國花)다. 대계(大薊), 야홍화(野紅花)로 불리며 본 블로그 특용작물에서 상세히 소개한 바 있다.
지금이 채종의 적기다
미국자리공은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자리공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매밀꽃. 척박한 환경에서 겨우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