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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월헌 정수강(月軒 丁壽崗) 시 몇 수

월헌 정수강(月軒 丁壽崗, 1454~1527)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나주(羅州). 자 불붕(不崩). 호 월헌(月軒)이다.  1474년(성종 5) 진사를 거쳐 1477년 문과에 급제하고 정언(正言)이 되었으며, 1482년 정조사正朝使)의 서장관(書狀官)으로 명(明) 나라에 다녀왔다. 1499년(연산군 5) 장령(掌令)을 지낸 뒤 1503년 부제학이 되고 1504년 갑자사화(甲子士禍) 때 파직되었다가 1506년 중종반정으로 재등용, 이듬해 강원도관찰사를 거쳐 1509년(중종 3) 판결사(判決事) ·대사간을 역임, 1512년 병조참지(參知)를 지내고 중추부동지사에 이르렀다. 한문소설 포절군절(抱節君節)을 지었으며, 문집에 월헌집(月軒集) 이 있다.

어제가 춘분(春分)이었다. 봄을 나눈다는 뜻인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으며 추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된다는 의미이다. 봄 계절과 관련하여 월헌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를 색지에 銀泥로 몇 수 자서해 보았다.

 

희작(喜鵲 : 반가운 까치)

寂寂西軒日欲斜(적적서헌일욕사적적한 사랑채에 해는 저물고

碧梧枝上鵲査査(벽오지상작사사벽오동 가지 위에 까치는 까악 까악

慇懃爲報主人喜(은근위보주인희은근히 주인에게 기쁜 소식 알려주니

知有家中樂事加(지유가중락사가집안에 즐거운 일 생기는 줄 알겠구나

 

효무(曉霧  : 새벽안개)

漠漠晨開後(막막신개후) 고요하고 쓸쓸한 새벽이 열린 뒤에

茫茫雨霽初(망망우제초) 아련하게 비가 개이기 시작하네.

玄黃未分處(현황미분처) 천지를 아직 분간하지 못하여

看向先天圖(간향선천도) 먼저 하늘을 헤아려 살펴본다네

 

춘수(春睡 : 봄잠)

處處靑煙起(처처청연기)  푸른 연기 곳곳마다 피어오르고

家家白日長(가가백일장)  밝은 햇빛 집집마다 깊이 스미네.

人閑好憑枕(인한호빙침)  사람들 한가로이 낮잠 즐기고

春草夢池塘(춘초몽지당)  봄풀은 연못가 꿈속에 젖었네

 

춘분(春分)

困人天氣漸薰薰(곤인천기점훈훈) 사람들 나른하고 하늘 기운 따뜻하니

今日春光半已分(금일춘광반이분) 오늘의 봄빛이 더욱더 완연하네.

莫厭倚軒成晝睡(막염의헌성주수) 난간에 몸 기대어 자는 낮잠 막지 말라

能忘世事亂紛紛(능망세사난분분) 어지럽게 어수선한 세상사 잊으려네

 

단오(端午)

黃梅洗色雨晴初(황매세색우청초비가 내려 황매실 깨끗이 씻어주고, 하늘 맑사오니

霧捲風涼水閣虛(무권풍량수각허안개 걷히고 바람 청량한데 수각은 비어 조용하도다

觴滿碧蒲香擁鼻(상만벽포향옹비가득 찬 술잔에 푸른 부들 비치고향기 콧속 감도니

良辰此樂更何如(양신차락갱하여이 좋은 때 이 즐거움 다시 어이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