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은 정이오(郊隱 鄭以吾 1347~1434)에 대하여는 앞서 그의 시 3월(三月)에서 상세히 소개하였기에 생략토록 하겠다.
이 시는 선산부사(善山副使)로 있을 때 관청 일을 마치고 시간을 내어 인근(隣近)에 있는 죽장사(竹長寺)에 올라 쓴 시이다.
죽장사는 뛰어난 명시로 손색이 없으며, 서거정(徐居正)은 동인시화(東人詩話)에서, “아려하고 청일하여, 비록 당시(唐詩) 속에 두더라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아려청일(雅麗淸逸) 수치지당시(雖置之唐詩) 무괴(無媿)).”라 하였고, 허균(許筠)은 국조시산에서, “중당(中唐)의 높은 품격이다(중당고품(中唐高品)).”라 평하고 있다.
해동잡록(海東雜錄)에 정이오의 시명(詩名)에 대한 간략한 일화(逸話)가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본관은 진주(晉州)이며 호는 교은(郊隱)이다. 공민왕 말년에 과거에 급제하였고 시(詩)를 잘하였으며, 선산(善山)에 지방관으로 있었는데 일처리가 청렴하고 간략하며 문치(文治)에 여유가 있었다. 본조(本朝)에 들어와서 벼슬이 찬성사(贊成事)에 이르렀으며, 80여 세까지 살았고, 문정(文定)이라 시호하였으며, 문집이 세상에 전한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면모를 생각하면서 한시의 멋을 느껴 보기 바란다. 경북 선산에 있는 죽장사는 신라 때 창건한 절로 국보 제130호 오층석탑이 유명하다. 이 석탑은 통일신라 석탑의 우수한 조형미와 수려하고도 장중한 기품을 간진하고 있다. 절은 조선 중기때 폐사(廢寺)되었으며 흔적만 남아있다.
竹長寺(죽장사에서)
衙罷乘閑出郭西(아파승한출곽서) 관청 일 마치고 기분 따라 성곽 서쪽을 나서니
僧殘寺古路高低(승잔사고로고저) 산승은 드문드문 옛 절로 가는 길은 오르막 내리막
祭星壇畔春風早(제성단반춘풍조) 별제사 지내는 제단 주변에 봄바람은 아직 이른데
紅杏半開山鳥啼(홍행반개산조제) 붉은 살구꽃은 반만 피어 있고 산새는 지저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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