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이태백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에 대하여는 앞서 이화(梨花), 소정희작(炤井戱作)에서 소개하였기에 생략토록 하겠다.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 백운거사는 고려 고종시절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에 천도할 때 들어와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소개하고자 하는 그의 시 촌가는 전원생활의 즐거움과 목가적인 시골풍경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멋진 시 3수중 한수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村家 其 1(촌가 : 시골집)
斷煙橫處響村舂(단연횡처향촌용) 띄엄띄엄 연기 낀 마을에 방아 소리 들리고
深巷無垣刺樹重(심항무원자수중) 깊은 골목 담은 없고 가시나무들만 무성하다.
萬馬布山牛散野(만마포산우산야) 말들은 산에 가득하고 소는 들에 흩어져 있고
望中渾是太平容(망중혼시태평용)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다 태평성대의 모습이라오
其 2
曉寒霜重織聲催(효한상중직성최) 새벽은 차갑고 서리는 짙은데 베틀 소리 바쁘고
日暮煙昏樵唱廻(일모연혼초창회) 해는 저물고 연기 오르는 저녁에 나무꾼은 노래하며 돌아온다.
野老那知重九日(야노나지중구일) 시골 늙은이 어찌 구월 구일을 알까마는
偶逢黃菊泛濃醅(우봉황국범농배) 우연히 만나보니 국화꽃 띄운 잘 익은 술을 가져왔네
其 3
山梨葉赤野桑黃(산이엽적야상황) 산의 배나무 잎은 붉고 들의 뽕나무 잎 누른데
一路風廻間稻香(일로풍회간도향) 온 길에 바람 불어와 벼 향기 짙게 끼어든다.
沒井聲中人響屐(몰정성중인향극) 샘물 긷는 소리 중에 나막신 소리 들리는데
柴門不鎖月鋪霜(시문불쇄월포상) 사립문은 열려 있고 달빛은 처리처럼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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