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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가도(賈島) 숙촌가정자(宿村家亭子), 도상건(渡桑乾 ) 詩 2首

가도(賈島. 779~843) 중국 중당(中唐) 때의 유명시인. 자는 낭선(浪仙). 허베이[河北]에서 출생. 처음 승려가 되었으나, 한유(韓愈)에게 시재(詩才)를 인정받은 뒤에는 속세에 돌아와 미관(微官)이 되었다.

837년 쓰촨(四川)성 장강현(長江縣)의 주부(主簿)가 되어 간신히 관직을 얻었고, 이어 안악현(安岳縣) 보주(普州)의 사창참군(司倉參軍)으로 전직되었다가 843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표작으로 장강집(長江集)외 작은 시집 3권이 있고, 그밖에 시격(詩格), 병선(病蟬), 당시기사(唐詩記事)등이 있다.

 

앞서 가도의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 간단하게 소개한바 있으며, 유명한 퇴고(推敲)의 탄생 유래와 함께 능력이 뛰어났음에도 결코 행복하지 못했던 삶을 살아가며 그가 남긴 시 2수를 살펴보고자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숙촌가정자(宿村家亭子 : 촌마을의 정자에 머물며)

牀頭枕是溪中石(상두침시계중석) 평상의 머리 베게는 계곡의 돌인데

井底泉通竹下池(정저천통죽하지) 우물 밑 샘이 대나무 아래 못으로 통하네.

宿客未眠過夜半(숙객미면과야반) 머무는 나그네 잠 못 들며 한밤중이 지났는데

獨聞山雨到來時(독문산우도래시) 홀로 때맞춰 오는 산 빗소리를 듣네

 

도상건(渡桑乾 : 상건수를 건너며)

客舍幷州已十霜(객사병주이십상) 병주 땅에 객이 된지 이미 십 여년

歸心日夜憶咸陽(귀심일야억함양) 돌아갈 마음에 날마다 함양을 그리워 했네

無端更渡桑乾水(무단경도상건수) 무단히 상건수를 다시 건너 와서

却望幷州是故鄕(각망병주시고향) 병주를 바라보니 마치 내 고향 같구나

 

 

<퇴고(推敲)의 유래>

 

제이응유거(题李凝幽居 : 은거하는 이응에게 제하다)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한가로이 머무는데 이웃도 없으니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풀숲 오솔길은 적막한 정원으로 드는구나.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는 못 가 나무 위에서 잠들고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過橋分野色(과교분야색) 다리를 건너니 들 풍경 새롭고

移石動雲根(이석동운근) 떠도는 구름에 마치 돌이 움직이듯

暫去還來此(잠거환래차) 잠시 떠났지만 이곳으로 다시 오리

幽期不負言(유기불부언) 그대와 함께 은거할 날 잊지 않겠네

 

가도가 어느 날 당나귀를 타고 이응(李凝)의 집을 찾아 나선 길에 “조숙지변수, 승퇴월하문(鳥宿池邊樹, 僧推月下門 : 산새는 못주변 나무에서 잠을 청하고 스님은 달빛아래 문을 밀고있네)”이라는 두 구절의 시를 지었다. 의식의 경지는 마음에 들었지만 ‘퇴(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敲)’자로 바꿀까 고민했다. 하지만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당나귀 위에서 아무 생각 없이 손으로 밀고 두드리는 ‘퇴고’의 동작을 반복하는데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도가 정신이 번쩍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어떤 조정 대신의 수레와 충돌한 것이었다. 조정 대신은 당대의 저명한 문학가이자 경조윤(京兆尹 : 장관급 벼슬) 자리에 있는 한유(韓愈)였다.

 

한유의 시종은 가도에게 충돌하게 된 이유를 물었고, 가도는 숨김없이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한유는 꾸짖는 대신 시의 한 글자를 놓고 집착하고 있는 이 요상한 중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한유는 수레를 멈추고 가도와 함께 밀다는 ‘推’자가 나은지 두드린다는 ‘敲’자가 나은지 토론한 끝에 ‘고’자가 더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가도는 ‘퇴’자 대신 ‘고’자를 넣었고, 바로 이 일화에서 ‘퇴고(推敲 : 글을 지을 때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고 다듬다)’라는 유명한 고사가 탄생한 것이다. 가도와 한유의 조우(遭遇)는 동 시대인으로서 좋은 인연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