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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최승로 우음(崔承老 偶吟)

최승로(崔承老. 927~989) 고려 전기의 한학자, 명신. 시호 文貞(문정). 본관 경주(慶州). 父는 신라 원보 은합(元甫 殷合). 어려서부터 총민하고 학문에 독실하여 문장에 능했는데 12세에 논어(論語)를 읽는 것을 태조가 보고 상을 내리고 이어 원봉성 학사(元鳳省學士)에 올렸다.

고려 유교통치이념을 정립한 대표적 인물로 태조 때부터 성종까지 여섯 왕에 이르도록 계속 관직에 종사했으며, 성종 원년(982) 정광행선관어사, 상주국(正匡行選官御事, 上柱國)이 되어 왕의 명으로 역대 왕의 선악득실(善惡得失)과 인재 등용 대책 등을 수천 글, 시무수십조(時務數十條)를 써서 바친 일로 유명하다.

동왕 7년(988)에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가 되고 청하후(淸河侯)에 피봉되었다. 아들 숙(肅)도 문하시중을 역임했다. 사후 998년(목종 1)에 태사(太師)에 추증되고 성종 묘정(廟庭)에 배향되었다. 그리고 1033년(덕종 2)에 대광 내사령(大匡內史令)이 더해졌다.

이제 3일 지나면 입춘이다. 맹추위속에 꽁꽁 얼었던 대지는 서서히 풀리고 곧 꽃 피고 새 우지 짓는 봄이 온다는 기대감에 설렘이 앞선다.

천 년 전에 세상을 풍미했던 최승로 학자도 봄을 맞이하며 읊었던 시는 예나 지금이나 그 감흥은 다름이 없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그의 시를 예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우음(偶吟 : 우연히 읊다)

 

유전수포곡(有田誰*布穀) 밭에는 뻐꾹새 소리 농사일 재촉하고

무주가제호(無酒可*提壺) 술은 없는데 어찌 잔들라 권하는고

산조하심서(山鳥何心緖) 산새들은 무슨 심사인지

봉춘만자호(逢春謾自呼) 봄이오니 멋대로 지저귀 누나

 

*布穀 : 뻐꾸기. 곽공조(郭公鳥). 간잠간화조(看蠶看火鳥)라 불린다. 음력 4월에 ‘포곡 포곡’ 또는 ‘곽공 곽공’ 또는 ‘간잠간화 간잠간화’ 하고 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提壺 : 술병을 듦. ‘제호제호’라 우는 산새 소리가 ‘술단지를 들어 술 마시라는 소리’로 들린다는 해학적(諧謔的) 표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