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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입춘관련 한시 2수(장식 입춘우성, 양만리 입춘일)

입춘이 며칠 지났지만 여전히 추운 날씨이다. 앞서 연암 박지원의 전가(燕巖 朴趾源 田家)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새해의 기준을 역술학계(曆術學界)는 동지(冬至)를, 철학인협회(哲學人協會)는 입춘(立春)으로 삼다 보니 철학인의 입장에서는 입춘은 새해의 첫날이라 해가 바뀌고 만물이 생기를 움터는 시기라 기대와 설렘으로 맞이하며 옛사람들은 입춘에 관한 시를 많이 남겼다.

소개하고자 하는 입춘관련 한시는 중국 남송시대(南宋時代)를 대표하는 장식(張栻)의 입춘우성과 양만리(楊萬里 )의 입춘일을 자서와 함께 남녘에서 입춘일에 핀 홍매 소식을  올려 보았다. 특히 양만리는 한평생 2만 여수에 달하는 시를 썼다 하나, 현전(現傳)하는 시는 약 4,200 여수에 이른다.

앞으로 자연풍광을 소재로 신선한 감동을 선사하는 양만리의 명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立春偶成(입춘우성 : 입춘 날에 우연히 지음)  - 장식(張栻)

律回歲晩冰霜少(율회세만빙상소) 해가 바뀌어 양기가 도니 얼음 서리가 적어지고

春到人間草木知(춘도인간초목지) 봄이 온 것을 인간세상 초목도 알게 되네

便覺眼前生意滿(변각안전생의만) 문득 깨닫고 보니 눈앞에 생기가 충만하고

東風吹水綠參差(동풍취수록참치) 봄바람이 불어와 물결 일렁거리네

 

장식(張栻, 1133년~1180년)은 중국 남송(南宋)의 유학자이다. 자는 경보(敬甫), 호는 남헌(南軒)이며, 한주(漢州) 면죽(綿竹) 출신이다. 벼슬이 석문전 수찬(右文殿 修撰)에 이르렀으며, 승상 장준(張浚, 1097~1164)의 아들이다. 송나라 도학의 대가로 손꼽히는 철학자였다. 스승인 호굉의 학문을 이어받아 송나라 호상학파(湖湘學派)를 이끄는 영수(領袖)가 되었다. 성리학에 관한 지식이 깊고 경(敬) 문제에 관해서는 주자와 자주 논쟁을 벌여 그 학문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

저서로는 논어해(論語解), 맹자설(孟子說), 경세편년(經世編年), 수사언인(洙泗言仁), 남헌문집(南軒文集)이 있다.

 

 

立春日(입춘일)   - 양만리(楊萬里)

何處新春好(하처신춘호) 새 봄 좋은 풍경은 어디일까

深山處士家(심사처사가) 깊은 산골 처사의 집이구나

風光先著柳(풍광선착류) 풍광은 버들에 먼저 찾아왔고

日色款催花(일색관최화) 햇볕은 은근히 꽃을 재촉하네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남송(南宋)의 길주(吉州) 길수(吉水) 사람으로 자는 정수(廷秀)고, 호는 성재(誠齋)다. 시를 잘 지어 스스로 성재체(誠齋體)를 이루었고, 우무(尤袤), 범성대(范成大), 육유(陸游)와 함께 남송사대가(南宋四大家)로 불린다.

그가 낸 시집은 강호집(江湖集)에서 퇴휴집(退休集)까지 모두 9부로, 그가 평생 지은 시는 무려 2만여수에 달하나, 세전(世傳) 총 편수가 4,200여 편을 헤아리는데, 다작으로는 친구 육유에 버금가는 양이었다. 당대 시종(詩宗)으로 불렸으며, 시풍은 신선하고 자연스러웠으며, 주로 자연경관을 소제로 경쾌한 필치와 기발한 발상에 의한 자유 활달한 점을 특색으로 한다. 또한 고전의 주석인 성재역전(誠齋易傳)이란 저작도 남겼는데, 성실한 인품을 갖춘 학자였다. 저서에 성재집(誠齋集)이 전한다.

 

(영하의 추위에 꽃망울을 터트린 홍매. 2022. 2. 4. 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