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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이익 초춘예찬(李瀷 初春禮讚)

이익(李瀷, 1681~1763).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본관은 여주(驪州). 자는 자신(子新), 호는 성호(星湖)이다. 그는 조고다질(早孤多疾 : 어려서 고아가 되고 많은 질병에 시달림)의 생애를 시작으로 25세 되던 1705년 증광시에 응했으나, 녹명(錄名)이 격식에 맞지 않았던 탓으로 회시에 응할 수 없게 되었다. 바로 다음해 9월에 둘째 형 잠은 장희빈(張禧嬪)을 두둔하는 소를 올린 때문에 역적으로 몰려 17, 18차의 형신(刑訊) 끝에 47세를 일기로 옥사하였다. 이익은 이 사건을 계기로 과거에 응할 뜻을 버리고 평생을 첨성리에 칩거하였다. 바다에 가까운 그 고장에는 성호(星湖)라는 호수가 있어서 그의 호도 여기에 연유되었다고 한다. 그는 여기에서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토지와 노비, 사령(使令)과 기승(騎乘)을 이어, 재야의 선비로서 일평생 은둔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학문에 대한 명성은 높았으나 가세는 퇴락하고 오랜 병고 끝에 83세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문인 안정복(安鼎福)은 이익의 인품에 대해강의독실(剛毅篤實 : 의지가 강하여 굴함이 없고 믿음이 두텁고 성실함) 이것은 선생의 뜻이요, 정대광명(正大光明) 이것은 선생의 덕이요, 선생의 學은 정심굉박(精深宏博 : 학문이 깊으며 크고 넓다)하고, 그 기상은 화풍경운(和風慶雲 : 따뜻한 바람과 상스러운 구름)이요, 그 금회(襟懷)는 추월빙호(秋月氷壺)이다.”라고 술회하였다. 저서로는 성호사설星(星湖僿說), 곽우록(藿憂錄), 성호선생문집, 이선생예설(李先生禮說), 사칠신편(四七新編), 상위전후록(喪威前後錄)과 사서삼경, 근사록, 심경 등이 있다.

멀리 남녘으로부터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제주도에는 유채꽃이 만발하였다는 봄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서울은 춘래불사춘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매서운 한파 소식이 예보되었다. 한 달 후면 여기서도 매화향기를 맡을 수 있으리라.

소개하고자 하는 한시는 성호전집(星湖全集) 3에 실려 있는 시로 오랜 지병으로 누워있어 봄이 온 줄 몰랐다가 문득 아이손에 들려있는 매화가지를 보고 벌들이 그 향기에 이끌려 집안을 맴도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마음으로 作詩하였을 것이다. 그 시절 그의 심경으로 돌아가 봄을 재촉하는 마음으로 자서해 보았다.

 

복침(伏枕 : 침상에 누워)                 - 이익(李瀷)

伏枕厭厭歲月催(복침염염세월최) 골골 한 몸 누워 자니 세월은 빨리 흘러

不知花發後庭梅(부지화발후정매) 뒤 뜰 매화가 피었는지 알지 못했네

一枝見在遊兒手(일지견재유아수) 꽃가지 꺾어 들고 노는 아이 바라보니

引得輕蜂入戶來(인득경봉입호래) 벌들은 향기에 끌려 집안을 넘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