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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료칸화상 시 반야(良寬和尙 詩 半夜)

료칸화상(良寬和尙 1758~1831) 일본 에도시대(江戶時代) 후기(後期) 조동종(曹洞宗)의 선승(禪僧)으로 가인(歌人), 한시인(漢詩人), 서예가로도 이름이 높다. 속명은 산본영장(山本榮藏), 이후 문효(文孝)로 불려졌으며, 호는 대우(大愚)를 썼다. 전국을 유랑(流浪)하다 문화원년(文化元年)에 고향인 국상산(國上山) 국상사(國上寺)에 정착했다. 고결한 인품으로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특히 “천진한 아이들 마음이 부처의 마음”이라며 민중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우리 세대에 한번쯤 읊어보면 감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의 선시(禪詩) 한 수를 자서(自書)해 보았다.

 

반야(半夜 : 한밤중에 읊다)

回首六十有餘年(회수오십유여년) 지나간 육십 여 년 회고해 보니(원문은 五十)

人間是非一夢中(인간시비일몽중) 인간사 시빗거리가 하룻밤 꿈속이더라

山房五月黃梅雨(산방오월황매우) 오월 산방에 때이른 장맛비 내려

半夜蕭蕭灑虛窓(반야소소쇄허창) 적막한 깊은 밤에 빈 창을 흔드네

 

閃電光裏六十年(섬전광리육십년) 육십년 세월 번개처럼 순식간에 지나고

世上榮枯雲往還(세상영고운왕환) 세상 모든 영고성쇠 구름처럼 오가네

巖根欲穿深夜雨(암근욕천심야유) 바위라도 뚫을 것 같은 깊은 밤 세찬 비

燈火明滅孤窓前(등화명멸고창전) 등불은 외롭게 창 앞에서 깜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