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매월당 김시습 관소(梅月堂 金時習 灌蔬)

새벽부터 줄기차게 내린 비가 대지를 흠뻑 적시며 길가 움푹 파인 작은 웅덩이는 봄비로 넘쳐나고 있다.

천금보다 값진 비가 내리고 있기에 강수의 경제적 가치를 여러 가지 관점으로 얘기해 보자면 하늘에서 부여하는 생명의 근원으로 절대적이고 대체할 수 없는 천연자원(天然資源)이라 할 수 있다.

과한 강수는 홍수라는 자연적 재난이 되기도 하지만 자원의 개념으로 보면 경제적인 가치는 설명이 불가할 정도로 높다.  

고대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잘하는 것이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루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기초이기 도 하였기에 지금의 경제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산출하면 강수 1mm는 약 20억의 실질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오늘 오전 영종에 대린 비는 45mm로 이를 경제적 가치로 산출하면 약 900억 원이 된다.

 

미래 우리나라도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비의 가치를 정확히 진단하고, 강수의 이용률을 향상해 물을 이용가치가 높은 재화로 바꾸어 낸다면 국가적으로 부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틀이 될 것으로 판단되며 내가 가꾸는 텃밭에 내린 비는 황금과도 같기에 봄비 내리는 풍경은 반가울 뿐만 아니라 고맙기 그지없다.

30여년 전에는 물을 사 먹는다는 것을 상상도 못 했는데 현재 우리가 마시는 물은 대부분 돈을 주고 사서 먹는 시대가 되었다.

 

함께 살펴볼 한시는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이 파란만장한 삶을 등지고 한적하고 소박한 전원생활에 대한 희망이 녹아 있기에 이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매월당 선생은 앞서 수회 소개한 바 있다. : 매월당 김시습 설효 3수, 무제 1수(梅月堂 金時習 雪曉 3首, 無題 1首) (tistory.com)

 

관소(灌蔬 : 채소밭에 물을 대다)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쓸쓸하고 한가한 사람의 일만 남았으니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바가지 가지고서 작을 정원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바람이 지나가니 채소 꽃이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이슬이 무거워 토란 줄기가 꺾인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땅이 험하니 밭과 밭두렁은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산이 깊으니 풀과 나무만 무성하구나.

晚年勤學圃(만년근학포) 늙어서 채소밭 일 부지런히 배우고자 함은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울타리에 갇힌 삶을 살고자 함이 아니라네.

 

(비 내리는 새벽 배꽃 풍경 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