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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송 시인 좌위 춘만(宋 詩人 左緯 春晩)

새벽에 오른 영종 백운산은 봄기운으로 가득 찼다. 어제 내린 풍족한 봄비로 나무는 생기를 품고 연초록으로 변해가고 있는 지금이 봄의 절정이다. 우후(雨後) 확 트인 시계(視界)는 먼 섬들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날씨마저 상쾌함을 선사하고 있다.

거처하는 가까운 곳에 매일 오를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것은 현재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눈으로 보이는 모습들의 변화가 경이롭다. 비록 진달래 개나리, 복숭아꽃은 지고 있지만 흰 배꽃 뒤이어 철쭉이 주변을 선홍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함께 살펴볼 시절 한시는 송(宋) 시인 좌위(左緯)의 춘만(春晩)으로 연못가의 버드나무 봄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며 연못가 주변의 제비와 나비가 날아드는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옛 친구를 연상하며 저물어 가는 봄날 지는 석양을 홀로 나무에 기대어 석양을 마주하는 자신을 심도 있게 그려냈기에 그의 대표 시 춘만을 행서체로 자서(自書) 해 보며 오늘 아침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춘만(春晩 : 저물어가는 봄)

池上柳依依(지상류의의) 못 가에는 버들이 하늘거리고

柳邊人掩扉(류변인엄비) 버들 옆 인가 사립문은 닫혀있네.

蝶隨花片落(접수화편락) 나비는 떨어지는 꽃잎을 따르고

燕拂水紋飛(연불수문비) 제비는 물결에 파문 일며 날아가네.

試數交遊看(시수교유간) 지난 벗과의 사귐을 살펴보니

方驚笑語稀(방경소어희) 함께 담소한 게 드물어 아쉬웠네.

一年春又盡(일년춘우진) 일 년의 봄이 또 이렇게 저물어가니

倚杖對斜暉(의장대사휘) 지팡이 의지한 채 지는 해 바라보네.

 

좌위(左緯, ?~1142)는 송나라 황암현(黃岩縣), 즉 지금의 절강성 태주시(浙江省 台州市) 사람으로 자는 경신(經臣), 호는 위우거사(委羽居士)이다. 호를 보면 고향의 위우산(委羽山)에 있는 위우동천(委羽洞天)에서 조용히 은거(隱居)해 산 것을 알 수 있다. 위우동천은 도가서(道家書)에서 말하는 36동천(천하의 승경(勝境)으로 신선이 사는 곳) 중 하나다. 어려서 과거 공부를 하다가 이게 할 만한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살았다. 두보(杜甫)의 시를 배웠는데 시의 뜻(意)과 이치(理), 정취(趣) 3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오언율시(五言律詩)에 뛰어났다. 그가 남긴 백여 편의 시는 당시 조야(朝野)에 이름을 날렸을 뿐만 아니라 손부(孫傅)는 그를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인정하였다. 문집으로 위우거사집(委羽居士集)이 있다.

 

(백운산에서 바라본 아침풍경)

산 정상 산벚꽃 사이로 솟는 해
인천공항 너머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섬이 장봉도
인천대교
산복숭아꽃
분홍 조개나물
조개나물
병꽃
엄나무 새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