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방에 벚꽃과 개나리, 야산엔 진단래가 만개해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24절기 중 기후조건이 가장좋은 청명이자 식목일이다. 어런 봄을 시샘하듯 촉촉히 봄비가 내리고 있지만 행여 바람이 불어 꽃잎을 훑어갈 까 두렵다.
90년초 서울에 터전을 마련할 무렵 파고다공원(탑골공원)에 들런적이 있는데 만해 한용운 시비 뒷면 말미에 세로로 새겨진 시를 접한 후 한동안 발길을 멈추고 외울때 까지 머문적이 있다.
"가벼웁게 나는 꽃이 글자를 가리운다 구태어 꽃 밑 글자를 읽어 무삼하리요" 당시 만해선생께서 지금의 날씨처럼 따스한 봄볕을 등에지고 유마경을 읽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글자를 가리는 모습을 한글로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 까? 세속과 구도를 초탈하고 자연의 순리에 기탁하는 대 자유인 으로서 진면목의 모습을 추상했던 그 때의 생각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간다.
지금도 절대 잊혀질 수 없는 시, 춘주를 한글로 자서해 보았다.
춘주(春晝 : 따스한 봄낮) - 한용운(韓龍雲)
봄날이 고요키로 香을 피고 앉았더니
삽살개 꿈을 꾸고 거미는 줄을 친다
어디서 꾸꾹이 소리 산을 넘어 오더라
따슨 볕 등에 지고 維摩經 읽노라니
가벼웁게 나는 꽃이 글자를 가리운다
구태어 꽃 밑 글자를 읽어 무삼 하리요
대실로 비단 짜고 솔잎으로 바늘삼아
萬古靑 수를 놓아 옷을 지어 두었다가
어즈버 해가 차거던 우리님께 드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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