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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두보 춘일강촌(杜甫 春日江村) 5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4자성어로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하며 인간이나 동물도 귀소본능(歸巢本能) 또는 회귀본능(回歸本能)이 있다. 친숙하지 않은 환경이나 장소로 떠돌아다니다가 계절이 바뀌거나 늙거나 종족번식을 위해 원래의 장소를 향해 되돌아올 수 있는 동물의 태생적 성질이자 본능이다.

수많은 동물들은 자신들의 집을 찾기 위해 지자기(地磁氣)에 기반한 자기(磁氣) 방향을 이용하거나 별자리 방향으로 집을 찾는 수단으로 사용하며, 모천성(母川性) 귀소본능(歸巢本能)의 대표적인 연어는 강에서 산란하며 1년 동안 지내다가 바다로 내려가 3년 정도 살다가 알을 낳을 때는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모천회귀(母川回歸) 본능은 전적으로 후각에 의존한다고 한다.

 

함께 살펴볼 두보(杜甫)의 춘일강촌(春日江村) 시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5년전인 만년(晩年)에 지은 오언절구(五言絶句) 총 5수로 봄날 강변 마을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그렸다. 섬세한 필치와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봄의 생기와 강촌의 고요함을 완벽하게 융합하여 신선하고 탈속적(脫俗的)인 분위기를 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가 갈구하는 전원생활에 대한 수구초심의 마음이 담겨 있으며, 그가 남긴 시는 현재까지 독자들로부터 사랑과 찬사를 받았기에 시성(詩聖)으로 불렀다. 이 시는 은은한 삶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운 매력과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과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내재되어 있기에 5수 중 제 1수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춘일강촌(春日江村 : 봄날의 강마을) 其一.

(70 x 140Cm)

農務村村急(농무촌촌급) 마을마다 농사일 서두르고

春流岸岸深(춘류안안심) 기슭마다 봄 물결 불어가네.

乾坤萬里眼(건곤만리안) 만 리의 하늘땅 눈에 담으며

時序百年心(시서백년심) 백 년 시절을 마음에 품노라.

茅屋還堪賦(모옥환감부) 초가라도 시는 지을 만하니

桃源自可尋(도원자가심) 도화원을 절로 찾을 만하네.

艱難昧生理(간난매생리) 생계에 어두워 삶이 힘드니

飄泊到如今(표박도여금) 여태껏 떠도는 처지가 되었네.

 

其二.

迢遞來三蜀(초체래삼촉) 머나먼 촉나라 땅으로 들어와서는

蹉跎又六年(차타우륙년) 헛되이 보내길 또 6년 보냈네.

客身逢故舊(객신봉*고구) 나그네 신세로 옛 친구 만나

發興自林泉(발흥자림천) 자연 속에서 흥취를 일으키기도 했네.

過懶從衣結(과나종의결) 너무 느긋해 꿰맨 옷 걸쳐도 부끄럽잖고

頻遊任履穿(빈유임리천) 자주 노닐며 신발에 구멍 나도 상관치 않네.

藩籬頗無限(번리파무한) 풍경의 한계가 자못 끝이 없으니

恣意向江天(자의향강천) 맘껏 강하늘 바라보며 지내고 있네.

* 고구(故舊 : 두보가 처음 성도에 정착할 때 도움을 받은 배면(裴冕)과 그 후에 도움을 받은 엄무(嚴武)를 가리킴)

 

其三.

種竹交加翠(종죽교가취) 대나무 심으니 푸른 잎 뒤섞이고

栽桃爛漫紅(재도난만홍) 복숭아 키우니 붉은 꽃 난만하네.

經心石鏡月(경심석경월) 마음엔 석경의 달 구경할 생각이 있고

到面雪山風(도면설산풍) 얼굴엔 설산에서 서늘한 바람 불어오네.

赤管隨王命(적관수왕명) 붉은 대롱의 붓 쥐고 왕명을 따랐거늘

銀章付老翁(은장부노옹) 은도장을 늙은 나에게 내려주었다네.

豈知牙齒落(기지아치락) 어찌 알았으랴? 이가 빠지고 난 뒤

名玷薦賢中(명점천현중) 천거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게 될 줄을.

 

其四.

扶病垂朱紱(부병수주불) 병든 몸 부지하며 막부에 들어갔다가

歸休步紫苔(귀휴보자태) 돌아와 쉬며 자색 이끼 위 산보를 하네.

郊扉存晩計(교비존만계) 초당에서 만년 보내고픈 계획 있으니

幕府愧羣材(막부괴군재) 막부의 여러 명사들에게 부끄럽구나.

燕外晴絲卷(연외청사권) 제비 나는 개인 하늘에 벌레 줄 걷히고

鷗邊水葉開(구변수엽개) 갈매기 노는 물가에 수초 잎새 돋아나네.

鄰家送魚鼈(인가송어별) 이웃집에선 물고기와 자라 보내주면서

問我數能來(문아삭능래) 내게 문안 인사하며 자주 찾아와 주네.

 

其五.

羣盜哀王粲(군도애왕찬) 도적떼에 *왕찬은 피난 가서 슬퍼하였고

中年召賈生(중년소가생) *가의는 중년에야 궁정으로 소환되었네.

登樓初有作(등루초유작) 왕찬의 *등루부는 초기의 명작이었으며

前席竟爲榮(전석경위영) 가의는 결국 문제가 다가앉는 영예 얻었지.

宅入先賢傳(택입선현전) 살던 집은 선현의 전기에 기재되었고

才高處士名(재고처사명) 재주 고원했으나 처사라 이를 만하네.

異時懷二子(이시회이자) 지난날부터 두 분을 마음에 품어 왔거늘

春日復含情(춘일부함정) 봄날 다시금 그리운 정 머금게 되네.

 

* 왕찬(王粲 : 한말의 문학가. 17세에 중원에 전란이 발생하자 형주(荊州)로 가 유표(劉表)에게 여러 해를 의지함.)

* 가의(賈誼 : 가생(賈生)을 가리킴. 서한의 문학가. 어린 나이에 문재가 출중해 조정에 들어갔으나 권신의 배척을 받고 장사왕태부로(長沙王太傅)로 좌천되었다. 4년 후 문제(文帝)가 다시 장안으로 소환했으며, 귀신의 일에 대해 묻고는 답변을 귀담아듣느라 자리를 가까이 옮겨 앉은 고사가 있다. 이 구절은 두보 자신이 가의처럼 한 동안 쓰이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다 검교공부원외랑에 임용된 것을 말함.)

* 등루(登樓 : 왕찬이 피난해 형주에 있을 때 귀향을 염원하며 지은 등루부(登樓賦)를 가리킴.)

 

(봄 풍경)

(경산 반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