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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노동 칠완다가(盧仝 七碗茶歌 : 일곱잔을 마시며 차를 예찬하다)

차를 달여 절차에 따라 손님에게 권하거나 마실 때의 예법(禮法)을 다도(茶道)라고 한다. 다도의 성립은 8세기 중엽 육우(陸羽)가 다경(茶經)을 지은 때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으며, 그 뒤 다도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일본 등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차의 3요소는 차를 다릴때 잔잔히 코 끝으로 전해오는 차의 향기(茶香), 우려낸 찻잔에 드리운 은은한 차의 색(茶色), 차를 머금을 때 혀 끝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맛(茶味)인데 이는 색(色), 향(香), 미(味)의 조화로움 속에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과정에서 심적 정화와 예절, 긍정적 사고, 자신의 성찰을 통해 수양적 요소를 가미하며 자연스레 도(道)의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차제에 끽다(喫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이해는 다선일체(茶禪一體)의 경지를 이룬 초의선사(草衣禪師)의 동다송(東茶頌)을 통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나 또한 사무실에서 가끔 차를 접해보지만 차맛을 제대로 느끼기엔 부족함이 많다. 그래서 차를 마시기 전 당나라 시인 노동(盧仝)의 칠완다가를 상기하면서 끽다(喫茶)의 묘미를 더하고자 흑지에 은니(銀泥)로 자서해 보았다.

 

칠완다가(七碗茶歌)      -노동(盧仝)

一碗喉吻潤(일완후문윤) 첫째 잔은 목구멍과 입술 적시고
兩碗破孤悶(양완파고민) 둘째 잔은 외로운 번민 씻어주네
三碗搜枯腸(삼완수고장) 셋째 잔은 메마른 창자 적시니
惟有文字五千卷(유유문자오천권) 생각나는 글자가 오천 권이나 되고
四碗發輕汗(사완발경한) 넷째 잔은 가벼운 땀 솟아
平生不平事(평생불평사) 평생 불평사 들이
盡向毛孔散(진향모공산) 모두 털 구멍으로 흩어지네
五碗肌骨淸(오완기골청) 다섯 잔째는 기골이 맑아지고
六碗通仙靈(육완통선영) 여섯 잔만에 선령과 통하였다네
七碗喫不得也(칠완끽부득야) 일곱째 잔은 채 마시지도 않았건만
唯覺兩腋習習淸風生(유각양액습습청풍생) 두 겨드랑이에 밝은 바람 일어남을 느끼니
蓬萊山在何處(봉래산재하처) 아~아 봉래산은 어디인가?
玉泉子乘此淸風欲歸去(옥천자승차청풍욕귀거) 옥천자(노동)는 이 맑은 바람 타고 돌아가려네.

 

칠완다가(七碗茶歌)의 노동(盧仝, 795~835)은 당(唐)나라 말기의 유명한 시인으로 호는 옥천자(玉川子)이다. 하남 제원 사람이다. 일찍부터 관직에 나가지 않고 소실산에서 은둔하였다. 그의 칠완차는 지금까지도 세계의 모든 차인들이 느끼고 싶은 차의 맛이다. 그의 호 옥천자는 그가 즐겨 이용한 산속의 옥천천이라는 샘의 이름을 따서 지은 호이다. 칠완다가의 원제는 주필사맹간의기신차(走筆謝孟諫議寄新茶)이다. ‘맹간의가 보내준 햇차에 대해 감사를 올린다’라는 시로 차에 대해 극찬한 내용이다. 당시 귀족만이 맛볼 수 있는 좋은 차를 보내줌에 감사하다는 글과 속세를 벗어나 홀로 차를 달여 마시는 기쁨을 노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