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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김부식 감로사차혜소운(金富軾 甘露寺次惠素韻)

김부식(金富軾, 1075~1151) : 고려 중기의 학자, 문신으로 본관은 경주(慶州), 자(字)는 입지(立之), 호(號)는 뇌천(雷川).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1096년(숙종 1) 과거에 급제해 사녹(司錄)과 삼군사(參軍事)를 거쳐, 직한림(直翰林)에 발탁되었다. 이후 20여 년 동안 한림원 등의 문한직(文翰職)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학문을 발전시켰다. 1126년(인종 4) 인종의 외조부인 이자겸 난으로 개경의 궁궐이 불에 타자 묘청(妙淸) 일파가 서경천도설을 주장해 1135년(인종 13) 서경에서 난을 일으켰다. 이때 원수(元帥)로 임명되어 진압을 담당하였다.  관직에서 물러난 후 왕명에 의하여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완성하였으며, 문집은 20여 권이 되었으나 현전(現傳) 하지 않는다. 송나라 서긍(徐兢)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그를 "박학강식(博學强識)해 글을 잘 짓고 고금을 잘 알아 학사의 신복을 받으니 능히 그보다 위에 설 사람이 없다."라고 높이 평하였다. 시호는 문열(文烈)이다.

이 시는 공명찾아 세파에 시달리며 헛되이 살아온 지난날을 후회하며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 살아가는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이처럼 운치가 넘쳐나는 시를 흑지(黑紙)에 금니(金泥)로 자서(自書)해 보았다.

 

甘露寺次惠素韻(감로사차혜소운 : 감로사에서 僧 혜소의 시에 次韻하다)

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 식객들은 이르지 못하는 곳이라

登臨意思清(등림의사청) 산에 올라오니 마음이 맑아지네

山形秋更好(산형추경호) 산 모양은 가을이라 더욱 좋고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 강 빛은 밤 되니 오히려 밝아지네

白鳥孤飛盡(백조고비진) 흰 새는 외로이 날아가고

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 외로운 배는 홀로 가볍게 떠 가네

自慙蝸角上(자참와각상) 스스로 부끄럽구나,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 반평생을 공명 찾아 헤맨 것 을...

 

이 시는 개성 북쪽 오봉산(五峰山)에 있는 감로사(甘露寺)에 올라 시승(詩僧) 혜소(惠素)가 지은 시에 차운한 시이다.

높은 곳에 올라 눈 아래 펼쳐진 풍경과 정감을 노래했으며, 끝부분은 부질없이 벼슬과 명리(名利)에 연연하였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小華詩評)에서 이 시를 "표연히 티끌세상을 벗어난 운치가 있다.

수연출진지취(脩然出塵之趣)."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