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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뿌리깊은 나무

관악산 관련 한시 3수(冠岳山 關聯 漢詩 3首)

가을이 저물며 출퇴근시 아련히 보이는 먼 산 등선 사이로 낙엽이 지며 나뭇가지들이 촘촘히 보이기 시작한다. 엽락귀근(葉落歸根)의 순리에 순항하 듯 유유히 흐르는 단면의 아쉬움이 내 주변을 스치며 지나간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은 풍광이 뛰어난 산들로 둘러져 있고 그 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한강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한 여름 즐거움을 안겨준 주말농장일도 마무리 됨에 따라 나를 불러 들이는 관악산이 있어 주말이 즐겁기만 하다. 앞서 “관악산 등정”, “관악산 등산코스”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내가 주로 찾는 등산코스는 과천 정부청사를 지나 용운암(龍雲庵) 입구로부터 시작되는 육봉(六峰)코스이다. 해마다 등반사고가 끊이지 않은 가장 위험한 코스이기도 하지만 암벽을 오르는 짜릿한 스릴이 있어 자연스레 발길이 마음을 인도하는 데로 향하게 된다. 산길을 걷다 보면 잠시 쉴 멋진 장소를 찾아 자연스레 눈을 감고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먼 옛날 사냥꾼, 나무꾼 또는 약초꾼이 이 장소에서 잠시 머물다 가면서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관악산은 도성에 인접해 있어 수많은 문인들이 즐겨 찾던 명소로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찾아 사진과 함께 한시 몇 수를 자서해 보았다.
산 정상 연주대의 양녕대군이 남긴 자취와, 철쭉이 만발한 관악산의 풍광을 읊은 여암 신경준 시 한수와, 만년 과천에 머물며 관악산을 늘 곁에 두고자 했던 추사 김정희 시 한수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양녕대군 이제(讓寧大君 李禔. 1394~1462)는 자는 후백(厚佰), 조선 태종의 장자로 초기 왕세자였으나 동생인 효령(孝寧)과 함께 세째 세종(世宗)인 충녕(忠寧)에게 왕위를 양보하였으며, 호방한 기질의 시인이며 서화가이다.
양녕과 호령은 연주암에서 오랫동안 수도한 기록이 있으며 효령의 누각(孝寧閣)과 초상화가 잘 보존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양녕이 연주암에서 스님에게 준 제승축시를 살펴보고자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題僧軸(제승축 : 스님의 詩軸에 부쳐) - 양녕대군 이제(李禔)

山霞朝作飯(산하조작반) 산노을로 아침밥을 짓고
蘿月夜爲燈(나월야위등) 덩굴에 걸린 달이 불을 밝히네
獨宿孤庵下(독숙고암하) 외로운 암자에 홀로 지세니
惟存塔一層(유존탑일층) 오직 남아았는 것은 한층의 탑 뿐

여암 신경준(旅菴 申景濬 1712 ~ 1781) 조선 후기의 문신. 실학자로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순민(舜民), 호는 여암(旅庵)이다. 1754년(영조 30) 증광문과에을과(乙科)로 급제, 승문원(承文院)을 거쳐 휘릉별검(徽陵別檢) ·전적(典籍), 병조와 예조의 낭관(郞官), 정언(正言) ·장령(掌令)을 지내고 1762년서산(瑞山)군수로 나갔다. 이어 장연(長淵)현감 ·헌납(獻納) ·사간(司諫) ·종부시정(宗簿寺正)을 역임하였다. 1770년 문헌비고(文獻備考) 편찬에서 여지고(輿地考)를 맡아 한 공으로 동부승지(同副承旨) ·병조참지(兵曹參知)가되어 팔도지도(八道地圖)와 동국여지도(東國輿地圖)를 완성하였다.
1771년 북청(北靑)부사, 1773년 좌승지(左承旨) ·강계(江界)부사 ·순천(順天)부사, 이듬해 제주(濟州)목사, 1779년 치사(致仕)하고 고향순창(淳昌)에 돌아갔다. 학문이 뛰어나고 지식이 해박하여 성률(聲律) ·의복(醫卜) ·법률 ·기서(奇書)에 이르기까지 통달하였고, 실학을 바탕으로 한 고증학적방법으로 한국의 지리학을 개척했다. 1750년에는 훈민정음운해(訓民正音韻解)를 지어 한글의 과학적 연구의 기틀을 다졌다.
저서에는 여암집(旅庵集) 소사문답(素砂問答) 의표도(儀表圖) 강계지(疆界志) 산수경(山水經) 도로고(道路考) 산경표(山經表) 증정일본운(證正日本韻) 수차도설(水車圖說)이 있다

뛰어난 학식을 갖춘 실학자로 한글의 과학적 연구 기틀을 다진 그가 어느 4월에 철쭉이 만발한 관악산의 풍광을 담고 있는 시 관수화층을 통하여 그 당시 느낀 감회를 함께 감상해 보자.

冠峀花層(관수화층 : 관악산에 핀 꽃 무리) - 여암 신경준(旅菴 申景濬)

躑躅花爭發(척촉화쟁발) 앞다퉈 핀 철쭉꽃 위로
朝曦又照之(조희우조지) 아침 햇살 내려 쪼인다
滿山紅一色(만산홍일색) 온 산 가득 붉은빛이라
靑處也還奇(청처야환기) 파란 데가 외려 멋지다
得意山花姸(득의산화연) 제철 만난 산 꽃은 어여쁘게
簇簇繞峨嵯(족족요아차) 한 무더기 또 한 무더기 꼭대기까지 에둘렀다
莫愁春已暮(막수춘이모) 봄이 저물까 걱정일랑 아예 말게나
霜葉紅更多(상엽홍갱다) 단풍 들면 붉은 빛이 더 퍼질 테니

秋庭(추정 : 가을 뜨락) -김정희(金正喜)

老人看黎席(로인간려석) 노인은 기장 말리는 멍석을 지켜보고
滿屋秋陽明(만옥추양명) 집 안에 가득 가을 볕 밝게 드리웠네
鷄逐草蟲去(계축초충거) 닭들은 풀벌레 뒤쫓아 가고
菊花深處鳴(국화심처명) 국화 만발한 깊은 곳에서 새들은 울어 댄다

과천시 주암동에 추사가 만년 4년을 과천에 주거한 과지초당(瓜地草堂)과 그 옆에 추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추사 사망 3일전에 쓴 봉은사 판전(奉恩寺 版殿)의 방서(傍書)에 칠십일과병중작(七十一果病中作 : 71세 과천노인이 병중에 쓰다) 현판이 있는데 과(果)는 과천(果川)을 뜻하며 노과(老果), 과옹(果翁)등 과천에 사는 늙은이라는 별호를 사용하기도 하였기에 예산에서 태어나 과천에서 생을 마감하기 까지 관악산과 인연이 깊다. 특히 과지초당에서 바라보는 관악산의 풍광이 제일 아름답다.

주말마다 오르는 산행코스는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현위치 입구에서 육봉코스, 관양능선, 평상바위, 제1목교 지나 우측 능선코스를 주로 정하는데 위험구간이기도 하지만 관악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풍광을 영상에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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