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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굴원 어부사(屈原 漁父辭)

굴원(屈原. BC 343 ? ~ BC 277 ?)  중국 전국 시대 초나라의 시인 · 정치가다. 굴(屈)씨, 이름은 평(平)이다. 초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나 초나라의 회왕(懷王) 때에 좌도(左徒)에 임명되었다. 학식이 높고 정치적 식견도 뛰어난 정치가였으며, 회왕(懷王)의 상담역으로 국사를 도모하고, 외교적 수완이 뛰어났으나, 다른 이의 모함을 받아 신임을 잃고 끝내 창사(長沙)에 있는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여 죽었다. 어부사는 굴원의 고결하고 청렴결백한 성품의 소유자로서의 면모가 잘 나타나 있으며, 모함을 받아 추방되어 초췌한 모습으로 강가를 떠돌 때 한 어부와 만나 서로 주고받은 말을 적어 놓은 글로 굴원의 성품과 어부의 삶의 자세가 대조되어 잘 드러나 있다. 그의 작품은 명문장으로서 문학사에서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어부사(漁父辭)                                       - 굴원(屈原) 

 

屈原旣放(굴원기방) 굴원이 이미 추방되어

游於江潭(유어강담) 강가와 물가에 노닐고

行吟澤畔(행음택반) 호반을 거닐며 읊조리니

顔色憔悴(안색초췌) 얼굴빛이 핼쑥하고

形容枯槁(형이고고) 몸은 마르고 생기가 없었다.

漁父見而問之曰(어부견이문지왈) 어부가 보고서 그에게 물었다.

子非三閭大夫與(자비삼려대부여) 당신은 초나라의 삼려대부(관직)가 아니시오?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소?

屈原曰(굴원왈) 굴원이 대답하였다.

 

擧世皆濁 我獨淸(거세개탁 아독청) 세상이 온통 다 흐렸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衆人皆醉 我獨醒(중인개취 아독성) 뭇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므로

是以見放(시이견방) 그리하여 추방을 당하게 되었소.

漁父曰(어부왈) 어부는 말하였다.

聖人 不凝滯於物(성인 불응체어물)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걸리지 않고

而能與世推移(이능여세추이) 세상과 함께 잘도 옮아가니

世人皆濁(세인개탁) 세상 사람이 다 흐려져 있거늘

何不굴其泥(하불굴기니) 어찌하여 흙탕물 휘저어

而揚其波(이양기파) 그 물결을 날리지 않으며

衆人皆醉(중인개취) 뭇 사람이 다 취해 있거늘

何不飽其糟(하불포기조) 어찌하여 그 찌꺼기를 씹고

而歠基醨(이철기리) 그 밑술을 들이마시지 않고

何故深思高擧(하고심사고거)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自令放爲(자령방위) 스스로 추방을 당하게 하였소?

屈原曰(굴원왈) 굴원이 대답하였다.

吾聞之(오문지) 내가 듣건대

 

新沐者必彈冠(신목자필탄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 쓰고

新浴者必振衣(신욕자필진의)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고 하였소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 어떻게 맑고 깨끗한 몸으로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寧赴湘流(녕부상류) 차라리 상수에 몸을 던져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망정

安能以皓皓之白(안능이호호지백) 어떻게 희고 흰 깨끗한 몸으로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목세속지진애호)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쓸 수 있단 말이오?

漁父莞爾而笑(어부완이이소) 어부가 빙그레 웃고서

鼓枻而去(고예이거) 노를 두드리고 떠나가면서

乃歌曰(내가왈) 이렇게 노래하였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량의 물이 맑거든 그 물로 나의 갓끈을 씻는 것이며,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거기에 나의 발을 씻으리라.

遂去不復與言(수거불부여언) 그리고 가서는 다시는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