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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각대사 적천사(麟角大師 磧川寺) 새벽부터 내린 비가 오후가 되어서도 사청사우(乍晴乍雨) 하고 있다. 한 낮 기온이 아침보다 내려가고 찬 바람마저 불어 한겨울로 접어든 느낌이다.잠 못 이루는 길고 긴 겨울밤 자연스레 화선지를 깔고 미리 생각해 둔 인각대사의 시 적천사를 자서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보조국사 지눌(普照國師 知訥)의 수행 도량인 적천사(磧川寺)는 경북 청도군 청도읍 화악산(華岳山)에 있는 사찰로 신라 문무왕 4년(664)에 원효대사가 토굴로 창건했다고 전하며, 지금은 동화사(桐華寺)의 말사(末寺)이다. 적천사 은행나무는 나이가 8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당시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짚고 다니던 은행나무 지팡이를 심은 것이 자라서 이처럼 거목이 되었다고 전해져 온다. 적천사 은행나무 앞에는 강희 33년(1694년) 태허도인(太.. 더보기
진주성 촉석루(晋州城 矗石樓) 전 주(前 週) 지리산 뱀사골에서 만추가경(晩秋佳景)과 와운(臥雲)마을의 천년송을 눈에 담고 오후에는 진주에 들러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보루(堡壘) 삼아 촉석루(矗石樓)를 감싸고 있는 진주성(晋州城)을 30년 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예전의 진주성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감회에 젖어 발길을 멈추고 한동안 머물며 명사(名士)들의 영화(榮華)와 치열하고 참혹했던 임진외란(壬辰外亂)의 현장에 서서 스쳐간 영웅들을 고금사를 남강에 흘려보내는 시간을 가졌다.  진주성(晋州城)은 경상남도 진주시 본성동에 있는 석성(石城)으로, 기원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삼국시대로부터 기원했음을 밝힐 뿐이며, 1963년 1월 21일에 사적 제118호로 지정되었다.성곽의 둘레는 1,760m이고 성 안에는 진주.. 더보기
지리산 뱀사골 와운마을 천년송(智異山 臥雲마을 千年松), 시견오 추야산거(施肩吾 秋夜山居), 여본중 소나무(呂本中 松) 최근 안타까운 소식은 600여 년 수령의 울진 대왕소나무가 고사직전(枯死直前)에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접해본 울진 대왕소나무는 세계적인 명목으로 손색없는 울진금강송(蔚珍金剛松)을 대표하는 나무로 그 웅장한 모습에 경이로움과 감탄이 절로 났는데 우리 시대에 고사목으로 전락한다면 그 상실감은 매우 클 것이다.소나무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1위를 매 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나무이다. 또한 세한삼우(歲寒三友 :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이루어 시와 그림에서 자주 묘사되었다. 소나무는 애국가에 등장하는 나무이자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에 소나무가 40종목으로 가장 많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의 '솔'은 '으뜸'을 의미하여, 소나무는 나무 중에 으뜸인 나무라는 뜻을 .. 더보기
국화 관련 한시 2수 : 고의후 영국, 백거이 영국(高依厚 詠菊, 白居易 咏菊) 깊어가는 가을 산과 들에 드문드문 노랗게 핀 국화가 눈에 들어온다. 가을을 대표하는 국화에 대한 시는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원진(元稹 : 당나라 시인)의 국화(菊花)의 마지막 구절인 차화개진갱무화(此花開盡更無花 : 이 꽃이 다 피고 나면 더는 꽃 볼일이 없다네.) 시구(詩句)처럼 지나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꽃이 국화다.오늘도 어김없이 동트기 전 새벽에 산에 올라 내려오는 길옆에 산국(山菊)이 피어 지나감을 멈추고 자연스레 향기를 맡아보게 된다. 그 진한 국화 향은 절로 미소 짓게 만들고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며 아침을 맑게 열어준다.내가 가꾸는 주말농장에도 노란 황국(黃菊)이 곱게 피어 무위(無爲)한 농인(農人)이 간화대주일자가(看花對酒一長歌)의 운치를 즐기며 아쉽게 지나가는 가을을 잠시 붙잡아 .. 더보기
함허득통 유운악산(涵虛得通 遊雲岳山) 지금이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다. 오래전 토요일 오전근무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간단한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관악산, 청계산을 자주 찾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등산인구가 적어서인지 한적한 소로를 따라 비탈길 산길을 동료 2명과 함께 오르곤 했는데 IMF 이후에 등산인구가 폭발하듯 증가하여 주말이면 서울 근교 산들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한적한 소로는 대로로 바뀌고 발길이 지나간 흔적은 깊게 파여 나무뿌리가 노출되고 등산안내 표시로 케이블타이와 다단한 끈으로 묶인 가지는 심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당시 청계산(淸溪山 618m) 주변에 산재한 둥글레 군락은 뿌리가 차로 개발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생태계의 균형은 무절제한 사람들로 인해 균형을 잃고 몰상식한 인간들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지금의.. 더보기
여암 신경준 관수화층(旅庵 申景濬 冠峀花層), 관악산 가을단풍 매일 새벽 동트기 전에 오르는 영종도(永宗島) 백운산(白雲山) 정상에서 맞이하는 일출의 모습이 장관이다. 내려오는 길가에 노랗게 핀 산국(山菊)이 향기를 품어내며 산객(山客)을 반기고 떨어진 낙엽은 하루가 다르게 산길을 덮고 있다. 입동(立冬)인 오늘아침에는 제법 한기를 느낄 정도의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단풍이 물든 원산(遠山)의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요즈음 지난 주말 관악산에 올랐다.관악산(冠岳山)은 그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이 ‘갓뫼’ 또는 ‘관악(冠岳)’이라고 했다. 관악산은 빼어난 수 십 개의 봉우리와 바위들이 많고, 오래 된 나무와 온갖 풀이 바위와 어우러져 철 따라 변하는 산 모습이 금강산과 같다 하여 ‘소금강(小.. 더보기
이규보 영망(李奎報 詠忘), 이달충 제흥교승통전행시축(李達衷 題興敎僧統餞行詩軸) 우리는 복잡 다양한 생활 속에서 항상 바쁘게 살아간다.옛사람들의 글을 접하다 보면 태평성대(太平聖代)나 전란(戰亂) 속에서도 욕망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감을 보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생활방식은 변했어도 마음에서 오는 번뇌의 깊은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다.  도인(道人)들은 망기(忘機 : 속세의 일이나 욕심을 잊음)를 하고자 좌망(坐忘 : 조용히 앉아서 잡념을 버리고 무아의 경지에 들어감)을 참구(參究 : 의심을 깨뜨리기 위해 거기에 몰입함)하며 그 경지에 도달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오래 전 국문학의 거장이신 모산 심재완(慕山 沈載完 1918~2011)선생께서 쓰신 서예작품 아망오(我忘吾 : 내가 나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림)의 글귀가 떠오른다. .. 더보기
세계 3대 섬유작물 케나프(kenaf) 현재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가 치유 불가능한 중병을 앓고 있다. 그 병원(病源)은 인간이다.지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 때 지구를 점령하고 번성했던 최고의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다.다음차례는 인류다. 대기(大氣) 중 농도가 0.04%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2배가 높아진 수치이다. 작은 수치지만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자 인류멸종을 재촉하는 원인이다. 저명한 환경관련 학자는 앞으로 인류는 약 75년 후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다. 해수의 평균온도가 0.5도 상승하면 어종의 90%이상 바뀐다고 한다. 동해바다는 작년 대비 해수온도가 2도가 높아졌다. 2021년 8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폭염 발생 빈도 8.. 더보기
삼봉 정도전 촌거즉사, 산중1, 산중2(三峰 鄭道傳 村居卽事, 山中1, 山中2) 관심이 가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책을 비기(秘記) 또는 비결(秘訣)이라고 하는데 이는 예언적 기록으로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일반적인 내용이 아닌 비밀스러운 기록으로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나 국가의 미래에 관하여 도참사상(圖讖思想) 및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의해 행하는 내용으로 대체로 천문(天文), 역산(曆算), 음양(陰陽), 점후(占候) 등에 관한 내용이 중심으로 되어 있다. 유형별로는 조상이 자손의 장래를 염려하여 남겨놓은 것과 국가의 장래에 관한 것, 그리고 개인의 운명과 관계되는 것 등이 있었다.우리나라에도 도선비기(道詵秘記)를 비롯하여 음양도참사상(陰陽圖讖思想)의 유입과 동시에 수많은 비기가 만들어졌는데, 옥룡자기(玉龍子記), 삼한산림비기(三韓山林秘記), 무학비기(無學秘記), 징비록(徵.. 더보기
아산 외암민속마을 10월 1일 국군의 날이 휴일로 지정됨에 다라 고풍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외암마을을 찾았다.나이가 들어도 흥얼거리는 ‘고향의 봄’ 노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은 언제 불러도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노래다. 이 노래는 한국 아동 문학의 거장 동원 이원수(冬原 李元壽. 1911~1981) 선생이 작사했다. 이 노래의 배경지는 경남 창원(昌原)이다. 그가 어린 시절 봄이 오면 창원읍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개울이며 서당 마을의 꽃들이며 냇가의 수양버들, 질달래 명소인 천주산(天柱山)과 남산에 복숭아꽃 살구꽃이 지천인 꽃동네가 이곳이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 경남 산청이다. 봄이오면 산에는 진달래, 개나리가 만개하였고 50여 가구 중 기와집 몇 채뿐이고 나머지는 초가집이 대부분 이였다. 그래서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