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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매월당 김시습 제소림암(梅月堂 金時習 題小林菴)

오랜 가뭄 끝에 천금 같은 비가 내렸다. 서울에 정착한 이후 30여 년 간 가꾸고 있는 조그만 주말농장에 심은 작물들은 주인발자국 소리 들으며 자란다는 말처럼 주말이면 농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매 마른땅에 물조리개로 땅에 물을 준다 한들 고작 2~3Cm 깊이를 적시지 못한다.

인간에 의해 개량된 씨앗이나 모종은 자연상태에서는 스스로 살아남기 어렵다. 오로지 인간의 보살핌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항상 주인 발자국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은 심한 가물을 견딜 수 있는 나름대로의 생존방법을 터득하기 마련이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수분을 찾아 뿌리를 깊이 내리고 수분증발을 억제하기 위하여 잎을 늘어트려 비가 올 때까지 버텨냈기에 갑작스러운 폭우나 바람에도 쉽게 넘어지거나 꺾이지 않고 스스로 악착같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올봄에 경북지역의 동시다발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훼손된 산림자원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자연 스스로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생존을 위한 경쟁과 번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함께 살펴볼 한시는 매월당(梅月堂) 선생께서 설악산 소림암(小林菴)을 찾아 선문답(禪問答)으로 자신의 번뇌를 벗어나고자 했으며 험준한 주변 경치를 선시풍(禪詩風)으로 그려냈기에 예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제소림암(題小林菴 : 소림암에서 짓다)

禪寂(房)無塵地(선적(방)무진지) 고요한 선방 티끌 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봉승화갈등)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신여천리학)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심사구추응)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석경심운도)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이르러

松窓獨自凭(송창독자빙)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무단갱회수) 까닭 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崚嶒(산색벽릉증) 산색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소림암(小林菴)은 강원도 양양군 설악산(雪嶽山)에 있었던 삼국시대 신라의 제30대 문무왕 당시 창건한 암자로 18세기말에 편찬된 『범우고(梵宇攷)』에는 내원암(內院菴)과 함께 소림암이 설악산 신흥사(神興寺)의 암자로 나오며 절의 동쪽에 위치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31대 본산의 하나였던 건봉사(乾鳳寺)의 사적기 『건봉사급건봉사말사사적(乾鳳寺及乾鳳寺末寺史蹟)』(1928)에는 폐사(廢寺)된 것으로 나온다.

 

(주말농장 풍경)

감자수확
당근꽃
넝쿨콩
가장 시끄러운 새로 등극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텃새 직박구리
불루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