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陜川)은 조선시대 이후 호칭된 지명으로 한자로 땅이름 합(陜)은 좁을 협(狹)과 같은 글자지만 지명으로 읽을 때는 합이라고 읽는데 합천군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유일한 사례다.
조선 태종 13년(1413)에 행정구역 개편 시 주(州)가 군(郡)으로 강등되면서 합천이라 하였으며 합천은 좁은 내라는 뜻으로 이 지역이 산이 많고 들판은 없어 온통 산으로 둘러 쌓인 좁은 계곡이 많다는 뜻과 부합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합천은 내 고향 산청(山淸)과 인접해 있어 지난 늦가을에 황매산(黃梅山)을 올랐다. 4~5월에 진달래와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은 도로가 정상 가까이 포장되어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산이다.
합천의 또 다른 명소(名所) 함벽루(陜川 涵碧樓)는 경남 합천군 합천읍에 있는 조선시대의 건축물로 1321년 고려 충숙왕(忠肅王) 대에 당시 합주지주사(陜州知州事) 김영돈(金永暾, 1285 ~ 1348)이 처음 창건하였으며 이 사실을 기문(記文)으로 적은 이는 안진(安震,? ~ 1360 : 고려 후기에, 밀직부사, 서연관, 정당문학(政堂文學:은 고려 중서문하성의 종2품 관직)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이 누각은 여러 차례에 걸쳐 중건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대야성(大耶城) 기슭에 위치하여 황강(黃江) 정양호(正陽湖)를 바라볼 수 있게 지어져 오래전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는 장소로 되었다.
함벽루 입구 암벽에는 함벽루라 새긴 송시열(宋時烈)의 글씨가 있다. 누각은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에 들보 5량(樑)으로 조성된 이층 목조 기와집이며, 누각 처마의 물이 황강에 떨어지도록 배치된 점은 특히 유명하다.
황강을 바라보는 명소에 자리한 함벽루는 예로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는 장소로 되었다. 이황(李滉), 조식(曺植), 송시열(宋時烈) 김정희(金正喜)등과 같은 조선시대 최고 명유(名儒)의 글이 누각내부 현판과 문집에 남아있다. 그들이 직접 찾아가서 시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명사들이 남긴 시 3수를 자서(自書)와 함께 살펴보고자 하며, 작년 가을에 올랐던 합천 황매산(黃梅山) 풍경과 모산재(茅山岾)와 영암사지(靈巖寺址) 사진을 올려보았다.
함벽루(涵碧樓) - 남명 조식(南冥 曺植)

喪非南郭子(상비남곽자) *남곽자 같이 무아지경에 이르지 못해도
江水渺無知(강수묘무지) 흐르는 강물은 아득하여 알지 못하고.
欲學浮雲事(욕학부운사) 뜬 구름의 일을 배우고자 하나
高風猶破之(고풍유파지) 높은 바람이 오히려 깨어 버리네.
*남곽자(南郭子)는 진(秦) 나라 이전 시대에 초(楚) 나라의 은둔자이자 조왕(昭王)의 이복동생으로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남곽자가 책상에 기대앉아 있었는데 그가 하늘을 향해 한숨을 내쉬는데 멍한 모습이 정신이 나간 듯하였다. 이 모습을 보고 제자인 안성자유가 걱정되어 대화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무아지경(無我之境) 즉 망아(忘我)에 빠진 남곽자를 시에 인용했다.

함벽루(涵碧樓) - 퇴계 이황(退溪 李滉)

北來山陡起(북래산두기) 북쪽엔 산이 험하게 솟아 있고
東去水漫流(동거수만류) 동으로 강물이 유유히 흐르네.
鴈落藩州外(안락번주외) 기러기는 고을밖에 떨어지고
烟生竹屋頭(연생죽옥두) 연기는 대나무 숲 속 집 위로 피어오른다.
閒尋知意遠(한심지의원) 한가로이 찾아 드니 느긋하기 그지없고
高倚覺身浮(고의각신부) 높은 누각 기대서니 강 위에 뜬 것 같네.
幸未名韁絆(행미명강반) 다행히 관직에 얽매이지 않아
猶能任去留(유능임거류) 가고 머무는 것이 이렇게 자유롭네.

함벽루(涵碧樓)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綠蕪鶴脚白雲橫(녹무학각백운횡) 푸른 벌 학 다리에 흰 구름 빗겼는데
取次江光照眼明(취차강광조안명) 눈부셔라 비추이는 저 강 빛도 장관일세.
自愛此行如讀畵(자애차행여독화) 그림을 읽는 듯한 이 걸음이 대견하니
孤亭風雨卷頭生(고정풍우권두생) 외로운 정자 비바람이 책머리 생동하네.
(합천 황매산 늦가을 풍경)














모산재(茅山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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