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어 어제저녁부터 밤사이 길에 쌓일 정도의 첫눈 다운 눈이 내렸다. 겨울의 정점 답게 쌓인 눈이 영하의 날씨를 만나 오늘 새벽 산행길에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작년에는 첫눈이 30Cm를 넘게 내린 습설(濕雪)로 설압(雪壓)을 견뎌내지 못한 고목의 피해가 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컴컴한 새벽 길 눈을 밟으며 첫 발자국의 흔적을 남기며 오르는 산행길은 남다른 묘미가 있기 마련이며, 겨울은 겨울 다와야 하기에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바램이 크게 다가오기에 눈 관련 한시 2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약 1200여년 전 당(唐) 시인 고병(高騈, 821~887)은 눈을 대하며(對雪) 읊은 시 한 수와 한유(韓愈, 768 ~ 824)의 봄을 기다리는 춘설(春雪)시를 소개하고자 행서체로 자서(自書)와 함께 사진자료를 올려보았다.
소복소복 하얗게 내린 눈은 풍진(風塵)으로 더럽혀진 천지를 덮어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다가오기에 모두가 눈 덮인 세상을 그리워하는 것이리라.
대설(對雪 : 눈을 대하며) - 고병(高騈)

六出飛花入戶時(*육출비화입호시) 흩날리는 눈꽃 문안으로 들어올 즈음
坐看青竹變瓊枝(좌간청죽변*경지) 앉아서 옥 가지로 변하는 청죽을 보네.
如今好上高樓望(여금호상고루망) 지금 높은 누각 올라 구경하면 좋으리
蓋盡人間惡路岐(개진인간악로지) 세상의 험악한 샛길 다 덮어버릴 테니.
*육출(六出 : 눈이 육각형이기 때문에 눈꽃을 이르는 말)
*경지(瓊枝 : 옥으로 된 나뭇가지인데 이는 눈이 나뭇가지에 쌓여 하얗게 된 모양을 흰 옥에 비유하여 표현한 것)
고병(高騈, 821~887)은 당나라 후기의 무장(武將)으로 문학에도 조예(造詣)가 깊었던 인물이다. 당나라 때는 무인 중에서는 글씨로는 안진경(顔眞卿, 709 ~ 784?), 시로는 고병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안진경은 간신들이 득세하는 가운데서도 개인의 이득이나 공명을 따지지 않고 강직하게 국가의 일을 하다가 적진에서 죽었고, 고병은 황소(黃巢)의 힘이 막강하자 양주(揚州)에서 그 형세를 관망하다가 조정의 의심을 사고 결국 성이 함락되어 황소의 잔당에게 처형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시로 보면 고병 역시 큰 뜻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눈이 세상의 구불구불한 온갖 샛길을 모조리 덮어버렸다는 것은 세상의 부조리와 부패를 모두 일소하겠다는 시인의 생각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시는 경치를 빌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시라 할 수 있다.
춘설(春雪 : 봄눈) - 한유(韓愈)

新年都未有芳華(신년도미유방화) 새해 들어 여지껏 향긋한 꽃 없었는데
二月初驚見草芽(이월초경견초아) 2월 되자 놀랍게도 풀싹이 눈에 든다.
白雪却嫌春色晩(백설각혐춘색만) 백설은 더딘 봄빛이 못마땅했던지
故穿庭樹作飛花(고천정수작비화) 짐짓 꽃잎인 척 정원수 사이로 흩날린다.
고병(高騈)과 한유(韓愈)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한 바 있다.
(설경)


(지난해 백운산 설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