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居昌)은 예부터 아름다운 숲, 넓고 큰 들판이란 뜻에서 거열(居烈), 거타(居陀), 아림(娥林)으로 불리어 오다가 757년 신라 경덕왕 16년에 거창(居昌)으로 처음 불린 후 주변영역과 분할, 합병되면서 여러 지명으로 부르다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도산, 비계산 등 1000m가 넘는 명산이 즐비한 거창의 명소로 알려진 수승대(居昌 搜勝臺)는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890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선비들이 영남 제일의 동천(洞天 : 아름다운 숲과 맑은 물로 둘러싸인 경치가 뛰어난 곳)으로 쳤던 ‘안의삼동(安義三洞)’ 중 하나인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위치하는 화강암 암반으로 깊고 긴 계곡과 주변 임야와 어우러져 빼어난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다.
본래 수승대는 국력이 약했던 백제의 사신이 신라로 가면 초주검이 돼 돌아오거나 영영 돌아오지 못한 까닭에 돌아오지 못함을 근심한 곳이라 해서 수송대(愁送臺)라 했다가 퇴계 이황이 이름이 부드럽지 못하다며 음이 같은 수승대(搜勝臺)라 고칠 것을 권하는 명명 시를 요수 신권(樂水 愼權. 1501 ~ 1573)에게 보낸 것이 바뀌게 된 지명의 계기다. 그러나 ‘빼어난 경치를 보면서 모질고 거센 세상의 근심 걱정을 떨쳐버리는 곳’이라는 뜻으로도 보는 수송대 또한 의미 있는 지명이다.
신권은 1529년(중종 24)에 수승대 일대를 학문을 갈고닦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구연재(龜淵齋·구연서원)와 요수정(樂水亭)을 건립했다. 또한 냇가에 있는 거북 형상의 바위를 암구대(岩龜臺·거북바위)라 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었으며 흐르는 물을 막아 보를 만들어 구연(龜淵·거북 연못)이라 이름 지었다. 바위 둘레 면 곳곳에는 퇴계 이황의 시를 비롯해 거창 지방의 선비였던 갈천 임훈(葛川 林薰. 1500 ~ 1584)의 시 등 옛 풍류가 들의 시가 빽빽이 새겨져 있다.
수승대 명칭과 관련하여 퇴계 이황의 개명 시와 갈천 임훈의 화답 시가 전하고, 수승대 양쪽에 위치하는 요수정(樂水亭)과 관수루(觀水樓) 등이 잘 남아 있어 요산요수(樂山樂水)하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산수유람 문화가 결합된 장소적 상징성이 큰 명승지다.
늦가을 수승대를 둘러보며 퇴계선생의 흔적과 요수 신권의 시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퇴계선생은 1543년 장인되는 권질(權礩)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하여 안음(安陰 : 경남 함양의 옛지명) 영승(迎勝 : 거창군 마라면)을 찾았다. 신권 등과 수승대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으나 조정의 부름을 받고 급히 한양으로 떠났기에 수승대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거창 수승대)








기제수승대(寄題搜勝臺 : 수승대에 시를 지어 부쳐주다) - 퇴계
安陰古縣 有石臨溪 俗名愁送臺(안음고현 유석임계 속명소송대) 옛 안음현 시냇가에 바위가 있는데 속명이 수송대(愁送臺)이다.
泉石最勝 余於是行 以不暇往見爲恨(석천최승 여어시행 이부가왕견위한) 산수가 아주 빼어났는데 나는 이번 나들이에 여가가 없어 가서 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亦嫌其名之不雅 欲改爲搜勝 諸公皆肯之(역협기명지부아 욕개위수승 제공개긍지) 또한 그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여 수승(搜勝)으로 고치고자 하니 제공들께서 모두 동의해 주었다.
수승대 명명시(搜勝臺 命名詩) - 퇴계( 退溪)

搜勝名新換(수승명신환) 수승대로 이름을 새로 바꾸니
逢春景益佳(봉춘경익가) 봄맞이 경치 더욱 아름다워라.
遠林花欲動(원림화욕동) 멀리 숲에서 꽃망울이 움트고
陰壑雪猶埋(음학설유매) 그늘진 골짜기 흰 눈 쌓여있네.
未寓搜尋眼(미우수심안) 눈으로 찾아가 볼 수 없으니
惟增想像懷(유증상상회) 마음속으로만 그려볼 뿐이라네.
他年一樽酒(타년일준주) 다음 해에 술 한 병 차고 와서
巨筆寫丹崖(거필사단애) 큰 붓 잡고 구름 벼랑에 시를 쓰리라.
암구대대퇴계불래(巖龜臺待退溪不來 : 암구대에서 퇴계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네) - 신권(慎權)

爲掃臺邊路((위소대변로) 암구대 주변 길을 쓰는 것은
庶望華駕臨(서망화가림) 아름다운 가마타고 오길 바랐는데
詩來人不至(시래인불지) 시는 왔으나 사람(퇴계)은 오지 않아
無意獨登臨(무의독등림) 무심히 홀로 암구대를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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