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이색 이화하자영(牧隱 李穡 梨花下自詠)
흐드러지게 핀 배꽃이 졌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하얗게 핀 배꽃이 비바람에 봄의 일춘사(一春事)가 빠르게 지나갔다. 배꽃의 향기는 비록 매혹적이지는 못하지만 벌과 나비를 불러드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배나무는 돌배나무로부터 품종개량을 한 재배종으로 전국 각지에서 분포하는 배나무속에 속하는 활엽소교목(闊葉小喬木)으로 높이는 5m 정도이다. 서구권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한국배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20여 년 전 한국 배 맛을 최고로 꼽는 대만친구가 있었는데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되면 식사대용으로 아침과 점심은 맛있는 배로 배를 채웠기에 친구가 오면 맛있는 배 한 상자를 들고 그가 머물고 있는 숙소로 가곤 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모든 과일은 맛과 향기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한번 맛보면 다시 찾기 마련이다. K문화뿐만 아니라 음식, 과일도 세계의 맛을 사로잡을 일이 머지않았다
특히 신고배는 꽃눈 형성이 잘되어 해걸이가 적고, 웃자란 가지가 많이 발생되며, 새로 나오는 가지는 직립(直立)하는 성질이 있다. 배나무의 꽃은 주로 차로 끓여 먹는 경우가 많다. 건강 개선, 이뇨 작용 등을 근거로 하여 음용(飮用)하는 경우가 있어 건강에 좋지 않은 체질이 허약한 사람에게 좋은 것으로 보인다.
효능으로 혈액을 중화시켜 주는 효능이 있으며 당분, 칼륨, 비타민 C, 섬유소, 지방 등이 풍부해 피로해소와 피부미용, 체내 나트륨 배출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650여 년 전 목은 이색(牧隱 李穡. 1328~1396) 선생 역시 배꽃이 흩날릴 때 배나무 아래서 삶의 자족을 느끼며 편안한 마음으로 지은 시 한 수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목은 선생은 앞서 소개한 바 있으며, 그가 평생 남긴 시는 무려 6,000 수에 이르며 당대(當代) 성리학자이며 대 문장가이다.
이화하자영(梨花下自詠 : 배 꽃 아래에서 읊다)
一樹梨花下(일수리화하) 한 그루 배나무 꽃 아래
風微景自繁(풍미경자번) 실바람 불어오니 경치 절로 화려하네.
飄空如雪落(표공여설락) 공중에 나부낄 땐 떨어지는 눈 같고
行地似波奔(행지사파분) 땅으로 향할 땐 치닫는 물결 같네.
何處對飮酒(하처대음주) 어디선가 풍경 보며 술 대하겠지만
吾家空掩門(오가공엄문) 우리 집만 공연이 문을 닫았네.
身閑足幽味(신한족유미) 몸이 한가하니 그윽한 맛 족함을 알기에
竟日坐忘言(경일좌망언) 하루 종일 말 잊고 앉아 있노라.
(배꽃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