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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求古深論

사찰 주련(柱聯)이야기

주련(柱聯)이란?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로 기둥(柱)마다 시구를 연달아 걸었다는(聯)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원래는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할 내용을 붓글씨로 써서 그냥 기둥에 붙이거나 혹은 얇은 판자에 새겨 걸었던 것이 후대에 발전하여 지금은 일정한 양식을 갖춘 주련으로 발전했다. 법당에 걸려있는 주련은 판 위아래에 연 잎이나 연꽃, 혹은 당초 무늬를 새겨 다듬고 그 가운데에 글귀를 적는데 검은 바탕에 하얀 글씨로 써넣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한 특징이 있다. 내용은 부처님 말씀이나 선사들의 법어나 선시가 주 내용이다.

사찰의 기둥이나 벽에 성구를 세로로 써 붙이는 글씨. 기둥 마다 부처님 성구나 시구를 연하여 걸었다는 뜻에서 주련이라 부른다. 좋은 글귀나 남에게 자랑할 내용을 붓글씨로 써서 붙이거나 그 내용을 얇은 판자에 새겨 걸기도 한다. 판자 아래위로 하엽(荷葉 : 연꽃 잎)을 양각(陽刻)하든지 연꽃을 새기든지 당초무늬를 새기든지 하여 윤곽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에 글귀를 적어 새김질하는데, 글씨의 윤곽만 새기는 기법을 쓰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다. 글 형식은 해서보다 행서, 초서, 전서체를 주로 쓴다.

사대부 살림집 안채에서는 안마당을 향한 기둥에 주련을 거는데, 생기복덕(生氣福德)을 소원하는 내용이나 덕담(德談)의 글귀를 필치 좋은 사람에게 부탁하여 받아 건다. 아이들의 인격함양을 위한 좌우명이나, 수신(修身)하고 제가(齊家)하는데 참고가 되는 좋은 시를 써서 건다. 한 구절 씩을 적어 네 기둥에 걸면 시 한수가 된다.

주련은 경치 좋은 곳에 세운 누각(樓閣)이나 여타의 다락집, 사찰의 법당 등에도 건다. 다락에서 내려다보이는 좋은 경개(景槪)를 읊은 시가 주련에 채택되고, 포교를 위한 부처님의 말씀을 주련에 새기는데, 이들 주련이 기둥 바깥쪽에 달려 있어서 다락이나 법당 안의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보다는 자연이 보 고 읽어 달라는 고지(誥知)의 생각이다. 길가의 패루(牌樓)나 정려(旌閭 : 충신, 효자, 열녀 등을 그 동내 정문(旌門)을 세워 표창하는 일) 등에 주련을 걸어 주인공을 선양(宣揚)하는 일도 이런 데서 연유하고 있다.

소개하고자 하는 사찰 주련 내용은 불경, 조사나 선사의 게송, 선시 등을 소재로 하였기에 자주 등장하는 글귀를 자서해 보았다. 만추가경(晩秋佳景) 계절에 주변 사찰을 찾아 낯익은 글귀를 접하며 그 의미를 새겨 보기 바란다.

주련 문구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 와 닫는 구절은 절학무위한도인(絶學無爲閒道人)이다. 범부로서 한가한 도인의 경계를 엿보는 것 또한 과한 욕심일까?

 

금강경 야보송 서(金剛經 冶父頌 序)

摩訶大法王(마하대법왕) 마하대법왕 이시어 

無短亦無長(무단역무장)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도다.

本來非皂白(본래비조백) 본래 검지도 희지도 않건만

隨處現靑黃(수처현청황) 곳에 따라 푸르고 누른색으로 나타내도다.

 

花發看朝艶(화발간조염) 꽃이 필 때는 첫 빛으로 곱지만

林凋逐晩霜(임조축만상) 낙엽 지니 늦서리가 금방이라

疾雷何太擊(질뢰하태격) 천둥은 어찌하여 크게 치며

迅電亦非光(신전역비광) 번개는 그냥 빛이 아니다.  

凡聖元難測(범성원난측) 범부와 성인이 원래 둘이 아니거늘

龍天豈度量(용천기도량) 용천이 어찌 헤아리리오.

古今人不識(고금인불식) 예나 지금이나 아는 사람이 없어

權立號金剛(권립호금강) 명목상 금강이라 하였도다.

 

능엄경()

見聞如幻翳(견문여환예) 보고 듣는 것은 환영이나 눈병의 현상이며

三界若空花(삼계약공화) 삼계는 실재하지 않는 허공의 꽃과 같나니

聞復翳根除(문복예근제) 들음을 회복하여 눈병이 없어지면

塵銷覺圓淨(진소각원정) 번뇌는 소멸하고 깨달음만 원만하고 깨끗하다

 

淨極光通達(정극광통달) 깨끗함이 지극하면 광명이 사무쳐 통하고

寂照含虛空(적조함허공) 고요하게 비추어 허공을 모두 머금을 제

却來觀世間(각래관세간) 다시 돌아와서 세간을 살펴보니

猶如夢中事(유여몽중사) 마치 꿈속의 일과 같아라.

 

圓覺山中生一樹(원각산중생일수) 원각산중에 한 그루 나무가 자라나서

開花天地未分前(개화천지미분전) 하늘과 땅이 생기기 전부터 꽃을 피웠네

非靑非白亦非黑(비청비백역비흑) 푸르지도 희지도 않고 또 검지도 않으니

不在春風不在天(부재춘풍부재천) 봄바람도 하늘도 어찌 관여할 수 있으리

 

一念普觀無量劫(일념보관무량겁) 일념으로 무량겁을 관조하니

無去無來亦無住(무거무래역무주) 오는 것도 가는 것도 머무름 또한 없도다

如是了知三世事(여시요지삼세사) 이와 같이 삼세일을 모두 안다면

超諸方便成十力(초제방편성십력) 모든 방편을 넘어 십력(불도)을 이루리다

 

絶學無爲閒道人(절학무위한도인) 배울 것이 없고 일없는 한가한 도인은

不除妄想不求眞(부제망상불구진) 망상을 없애지도 진리를 구하지도 않네

無明實性卽佛性(무명실성즉불성) 무명의 본성이 곧 불성이며

幻化空身卽法身(환화공신즉법신) 한화의 헛된 몸이 곧 법신이다

 

海底泥牛含月走(해저니우함월주) 바다 밑의 진흙 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

巖前石虎抱兒眠(암전석호포아면) 바위 앞의 돌 호랑이 아기 안고 졸고 있다.

鐵蛇鑽入金剛眼(철사찬입금강안) 쇠 뱀은 금강 안을 뚫고 들어갔는데

崑崙騎象鷺鷥牽(곤륜기상노사견) 곤륜산이 코끼리를 타고, 해오라비가 끌고 있다

 

掌上明珠一顆寒(장상명주일과한) 손바닥 위에 밝고 영롱한 구슬

自然隨色辨來端(자연수색변래단) 비치는 경계마다 분명히 가려내네

幾面提起親分付(기면재기친분부) 몇 번이나 친히 분부해 일렀던고

闇室兒孫向外看(암실아손향외간) 어리석은 중생들 밖을 항해 찾는구나

 

極樂堂前滿月容(극락당전만월용) 극락당의 보름달 같은 아미타불 모습

玉毫金色照虛空(옥호금색조허공) 옥호와 금빛 얼굴 허공을 비추 누나

若人一念稱名號(약인일념칭명호) 그 누구든 일념으로 미타명호 칭한다면

頃刻圓成無量功 (경각원성무량공) 순식간에 무량허공 원만하게 이루리라

 

天上天下無如佛(천상천하무여불) 천상과 인간에게서 부처님의 거룩함은

十方世界亦無比(시방세계역무비) 허공계 두루 봐도 견줄 이 없는 것을

世間所有我盡觀(세간소유아진관) 세간에 빼어난 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一切更無如佛者(일체경무여불자) 부처님 같은 이는 시방에 다시없네

 

佛身普遍十方中(불신보편시방중) 부처님은 두루 온 세상에 계시어

三世如來一切同(삼세여래일체동) 과거 현재 미래에 한결같이

廣大願雲恒不盡(광대원운항부진) 크나 큰 원력으로 중생을 제도하나니

汪洋覺海渺難窮(왕양각해묘난궁) 광대한 깨달음의 바다는 가히 측량할 수 없어라

 

報化非眞了妄緣(보화비진료망연) 보신, 화신 참이 아니고, 망연으로 인함이니

法身淸淨廣無邊(법신청정광무변) 법신은 청정해서 가이없구나

千江有水千江月(천강유수천강월) 천 강의 물에 비친 천 강의 달 이여

萬里無雲萬里天(만리무운만리천) 만리에 구름이 없으니 만리의 하늘이더라

 

此菴守淨 (차암수정) 禪師의 禪詩 無題(무제)

流水下山非有意 (유수하산비유의) 산 아래 물 흐르는 것 별다른 뜻이 없고
片雲歸洞本無心 (편운귀통본무심) 조각구름 골로 들어오는 것도 무심한 일인데
人生若得如雲水 (인생약득여운수) 인생이 물, 구름과 같을 수 있다면
鐵樹開花遍界春 (철수개화편계춘) 무쇠나무에 꽃피어 온누리가 봄이리.
是是非非都不關 (시시비비도부관) 옳다, 그르다 도무지 관계없고
山山水水任自閑 (산산수수임자한) 산산, 물물이 스스로 한가하네
莫問西天安養國 (막문서천안양국) 서방 극락세계 어디냐고 묻지를 말게
白雲斷處有靑山 (백운단처유청산) 흰구름 걷히면 그대로 청산인 것을...

 

那畔神通世所稀(나반신통세소희) 나반존자 신통력은 세간에서 찾아보기 힘드나니

行裝現化任施爲(행장현화임시위) 나타나고 사라지며 교화하심 마음대로 베푸시네.

松巖隱跡經千劫(송암은적경천겁) 솔숲 사이 바위틈서 비밀스레 천겁이나 지내시며

生界潛形入四維(생계잠형입사유) 중생계에 은밀하게 파고들어 사방으로 가득하네.

 

東方世界名滿月(동방세계명만월) 동방 세계의 이름은 만월이요

佛號琉璃光皎潔(불호유리광교결) 부처님의 명호는 맑고 깨끗한 유리광이라

頭上旋螺靑似山(두상선나청사산) 머리 위 나발은 푸르기 마치 산 같고

眉間毫相白如雪(미간호상백여설) 미간의 백호상은 희기가 눈과 같네

 

一住寒山萬事休(일주한산만사휴) 한 번 한산에 머물며 세상사 쉴 만하니

更無雜念掛心頭(갱무잡념괘심두) 더 이상 가슴에 잡념이 남지 않네

閑於石壁題詩句(한어석벽제시구) 한가롭게 석벽에 시구나 쓰며 사니

任運還同不繫舟(임운환동불계주) 닻줄 없는 배처럼 마음대로 노니네.

 

三日修心 千載寶(삼일수심 천재보) 삼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요

百年貪物 一朝塵(백년탐물 일조진) 백 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에 티끌이라.

  - 初發心自警文 (초발심자경문 구)

 

一葉紅蓮在海中(일엽홍련재해중) 한 떨기 붉은 연꽃 바다에서 솟아오르니

碧波深處現神通(벽파심처현신통) 푸른 물결 깊은 곳에서 온갖 신통 나타내시네

昨夜寶陀觀自在(작야보타관자재) 어젯밤엔 보타산의 관세음보살님

今日降赴道場中(금일강부도량중) 오늘 아침 이 도량에 강림하셨네

 

산당정야좌무언(山堂靜夜坐無言) 산사의 고요한 밤 말없이 앉았으니

적적요요본자연(寂寂寥寥本自然) 적막과 고요함이 본래 그대로인데.

하사서풍동임야(何事西風動林野) 무슨 일로 가을바람 불어 잠든 숲을 흔드나

일성한안려장천(一聲寒雁唳長天) 기러기 소리 내며 장천을 날아가네.

 

千尺絲綸直下垂(천척사륜직하수) 천자의 긴 낚싯줄 곧게 드리우니

一波纔動萬波隨(잂파재동만파수) 한 물결이 일자 만 물결이 따라 인다.

夜靜水寒魚不食(야정수한어불식) 고요한 밤 물은 차서 고기 물지 않으니

滿船空載月明歸(만선공재월명귀) 배 가득 허공 싣고 달빛에 돌아오네.

 

願此鐘聲遍法界(원차종성변법계) 원컨대 이 종소리가 법계의 끝까지 퍼져서

鐵圍幽暗悉皆明(철위유암실개명) 철벽으로 둘러싼 지옥의 어두움을 모두 밝히고

三途離苦破刀山(삼도이고파도산) 삼악도의 고통을 벗어나며 칼산지옥을 무너뜨리고

一切衆生成正覺(일체중생성정각)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이루게 하소서

 

三界猶如汲井輪(삼계유여급정륜) 삼계는 마치 우물 속 두레박 같아

百千萬劫歷微塵(백천만겁력미진) 무량한 시간  티끌처럼 돌고 도니.

此身不向今生度(차신불향금생도)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않으면

更待何生度此身(경대하생도차신)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하리오.

 

淨極光通達(정극광통달) 청정함이 극에 이르면 광명이 걸림 없으니

寂照含虛空(적조함허공) 온 허공을 머금고 고요히 비출 뿐이라.

却來觀世間(각래관세간) 물러나와 세상 일을 돌아보니

猶如夢中事(유여몽중사) 모두가 마치 꿈속의 일과 같도다.

雖見諸根動(수견제근동) 비록 육근(귀,눈,코,혀,몸,뜻)이 유혹을 만날지라도

要以一機抽(요이일기추) 한 마음을 지킴으로써 단번에 뽑아버릴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