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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료칸화상 시 반야(良寬和尙 詩 半夜) 료칸화상(良寬和尙 1758~1831) 일본 에도시대(江戶時代) 후기(後期) 조동종(曹洞宗)의 선승(禪僧)으로 가인(歌人), 한시인(漢詩人), 서예가로도 이름이 높다. 속명은 산본영장(山本榮藏), 이후 문효(文孝)로 불려졌으며, 호는 대우(大愚)를 썼다. 전국을 유랑(流浪)하다 문화원년(文化元年)에 고향인 국상산(國上山) 국상사(國上寺)에 정착했다. 고결한 인품으로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특히 “천진한 아이들 마음이 부처의 마음”이라며 민중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우리 세대에 한번쯤 읊어보면 감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의 선시(禪詩) 한 수를 자서(自書)해 보았다. 반야(半夜 : 한밤중에 읊다) 回首六十有餘年(회수오십유여년) 지나간 육십 여 년 회고해 보니(원문은 五十) 人間是非.. 더보기
백용성 대종사 게송(白龍城 大宗師 偈頌)몇 수 백용성 대종사는 만해 한용운과 함께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 중 한분으로 한국불교 중흥을 이끈 불교계 대종사로서 그의 업적은 철저한 수도정신, 민족운동, 역경, 사상서 집필, 포교, 불교정화에도 앞장서신 당대 스승으로 어려운 시기를 살다간 위대한 발자취를 찾아보고자 한다. 백용성 진종 대종사의 행장은 (재)대한불교조계종 대각회 대각사상연구원 자료를 참조하였으며, 그 분이 남긴 게송 몇 수를 붓글씨로 자서해 보았다. 백용성 진종 대종사 행장(白龍城 震鍾 大宗師 行狀) 백용성(白龍城, 1864. 5. 8 ~ 1940. 2.20)은 대한민국 일제강점기 때의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에서 불교 대표 2인으로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이다. 본명은 백상규(白相奎)이며 용성은 법호이다. 법명은 진종(震鍾).. 더보기
권필 도중(權韠 途中) 도중(途中) - 권필(權韠) 日入投孤店(일입투고점) 저물어 외로운 여관에 드니 山深不掩扉(산심불엄비) 산 깊어 사립도 닫지를 않네 鷄鳴問前路(계명문전로) 닭 우는 새벽에 앞길 묻는데 黃葉向人飛(황엽향인비) 누런 잎만 날 향해 날려오누나 이 시는 늦가을 길을 가다 노래한 것으로, 당풍(唐風)에 정통한 시인 답게 나그네의 고통과 외로움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늦은 가을, 길을 가던 나그네가 지친 몸을 이끌고 해가 질 무렵 깊은 산속에 홀로 자리 잡은 객점에 투숙하니, 산이 깊어서 그런지 사립문도 닫지 않은 채 열려 있다. 닭이 울자 말자 다시 먼 길을 가야 하기에 앞 갈 길을 묻는데, 단풍에 물든 누런 잎들이 시인 자신을 향해 날아든다. 외로운 나그네의 심경을 가을 낙엽과 함께 서정적으로 잘 풀어낸 한시.. 더보기
임번 숙건자산선사(任翻 宿巾子山禪寺) 숙건자산선사(宿巾子山禅寺 : 건자산 선사에 묵으며)絶頂新秋生夜涼(절정신추생야량) 가을빛 절정인 밤 서늘함이 돋아 鶴翻松露滴衣裳(학번송로적의상) 학이 날자 솔잎 이슬 옷에 떨어지네 前峰月映半江水(전봉월영반강수) 앞 봉우리 달빛은 옅은 강을 채우고 僧在翠微開竹房(승재취미개죽방) 산 중턱 노승은 죽방의 문을 여네당 시인 임번(任翻 : 814~846)의 명시“건자산 선사에 머물다”(숙건자산선사 : 宿巾子山禅寺)이다. 소위 완당(完唐)의 시인으로 강남(江南)의 가난한 집에 태어나 열심히 공부했지만, 낙방해 금(琴)을 들고 시를 지으며 천하를 유랑했다. 비록 32년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이 시는 후대 발견돼 어찌나 사랑을 받았는지, "임번이 지은 뒤 사람이 없어도 200년 빈 산을 홀로 떠돌았다"는 칭찬을 들었다... 더보기
정섭 난득호도(鄭燮 難得糊塗) 똑똑하다는 말은 참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총명 그 자체가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 주진 못한다. 명나라 장호(張灝)가 고금의 경구(警句)를 새긴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 월불총명월쾌활(越不聰明越快活)란 구절이 나온다. 즉 총명하지 않을수록 더 쾌활해진다. 똑똑한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얻고 잃음에 무심해야 쾌활이 찾아 든다. 똑똑한 사람이 그 똑똑함을 버리고서 쾌활을 얻기란 실로 어렵다. 때로는 나대는 마음을 꾹 눌러 툭 내려놓을 때 비로소 마음의 평온이 찾아온다. 이러한 삶의 섭리를 가장 잘 표현한 내용이 청나라 때 서화가 *정섭(鄭燮·1693~1766)의 유명한 글씨 난득호도(難得糊塗)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난득호도(難得糊塗) *정판교(鄭板橋) 聰明難 糊塗難(총명난 호도난) 총명하기도 어.. 더보기
청송 주왕산 대전사 탐방(靑松 周王山 大典寺 探訪) 연일 32도를 오르내리는 혹서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기가 맑다는 청송 주왕산을 다녀왔다. 천년고찰인 대전사, 주왕암, 주봉을 산행하면서 바라본 풍광, 호우로 수량이 풍부하여 이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폭포를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더위와 코로나로 힘든 하루를 보내는 이들로 하여금 조금의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주왕산은 청송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우뚝 솟은 바위의 위용과 협곡, 폭포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이 절로 나온다. 등산은 협곡을 중심으로 원주(圓走)를 계획한다면 대전사를 지나 오른쪽 주봉(721m) –> 후리메기삼거리 –> 용연폭포까지 약 6Km, 용연폭포에서 ->금은광이삼거리 –> 장군봉(687m) –> 백련암 –> 대전사 까지 약 6Km, 총 12Km 코스인데 약 5~6시간 소요되며, .. 더보기
창랑옹 소순흠 하의(滄浪翁 蘇舜欽 夏意) 실로 오랜만에 붓을 잡아보았다. 거의 7개월 동안 일상사가 바쁘다는 핑계로 붓을 잡지 못했는데 헛되이 보낸 지난 시간을 自責해보며 서투른 붓질로 창랑옹의 한시를 자서해 보았다. 오늘부터 코로나 4단계가 시행되었다. 이전 메르스 바이러스는 10여개월만에 종식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되었지만 코로나의 변이는 전염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더욱 강하게 인간을 괴롭히고 있어 앞으로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동안 일상의 복귀는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짧은 장마로 이른 더위가 찾아왔다.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하루하루의 삶이 힘들지만 마음으로 나마 이 시를 접하면서 잠깐의 시름을 달래 보고자 한다. 창랑옹 소순흠(滄浪翁 蘇舜欽. 1008 ~ 1048)북송(北宋) 때 시인이며, 면주(綿州) 염천(鹽泉) 사람이다.. 더보기
청화대종사 게송 몇 수(淸華大宗師 偈頌 몇 首) 동지를 몇 일 앞두고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연중 밤이 가장 긴 때라 한두시간 잠들었다 깨어나면 긴긴 동짓밤을 뜬눈으로 지 새우게 되는데 환하게 불을 켜고 책을 볼 수도 없고 머리맡에 둔 휴대폰으로 즐겨 찾는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청화스님 법문을 접한 후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게 되었다. 청아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맑고 명료한 설법은 현세를 살아가는 지혜를 안겨주고, 우리의 마음과 세상사를 훤히 꿰뚫어 보는 혜안은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온화함 느끼며 존망(尊望)의 대상이 되었다. 당대의 선승으로 수십년간 토굴에서 묵언과 일종식(一種食 : 하루 한끼만 먹는 수행법), 장자불와를 원칙으로 치열하고 철저한 수행에 전념하였을 뿐만 아니라 불교계의 사표(師表)로서 고고(高古)한 학처럼 .. 더보기
취미수초 대사 선시 2수(翠微守初 大師 禪詩 訪山寺, 山居) 취미수초(翠微守初 1590~1668)대사는 조선조(朝鮮朝)의 승단(僧團)을 빛낸 인물로 법명은 수초(守初)이며 자는 태혼(太昏)이고 호가 취미(翠微)이다. 부휴(浮休)의 수제자격(首弟子格)인 벽암대사(碧巖大師)의 법(法)을 이은 상족(上足)으로 취미 수초(翠微 守初)와 백곡 처능(白谷處能) 두 제자(弟子) 모두 부휴의 문중(門中)을 빛낸 탁월한 인물(人物)들이었다. 시가집인 취미대사시집(翠微大師詩集) 1卷이 전해 오고 있다. 그가 남긴 주옥 같은 선시(禪詩) 2수를 자서해 보았다. 訪山寺(방산사 : 산사를 찾아가며..) 未及禪庵己夕陰(미급선암이석음) 선원 암자에 이르기전 이미 어둠이 내리고 宿禽飛入樹雲深(숙금비입수운심) 자던 새 날아 나무숲 구름 속 깊이 들어가네 黃昏尙在山前路(황혼상재산전로) 산사로 향.. 더보기
만해 한용운 관락매유감(卍海 韓龍雲 觀落梅有感) 우리가 살아가며 삶의 공백을 채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백의 미가 존재하듯이 때로는 살짝 모자란 듯, 손해보든 듯, 아쉬운 듯 하며 살아가는게 인생이다. 여백을 향기로 채운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의미를 가져다 준다. 고요한 빈방에 등을 켜고 은은한 향을 피워 공간을 채우고 앉아 있노라면 침묵정진(沈默精進)요소가 생겨날 것이다. 만해 선생께서 망국의 설움속에서도 자연의 순환에 순응하듯 한매만화 일추반락(寒梅滿花 一秋半落)속에 멀지않아 매화향기 만발한 독립의 순간을 갈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심정으로 관락매유감의 시를 읊었으리라.깨친자로서의 현실을 선시로 절묘하게 풀어낸 만해의 진면목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를 자서와 함께 그 의미를 느껴 보고자 한다. 觀落梅有感(관락매유감 : 지는 매화를 바라.. 더보기